[매출할인관행] 제약업계 M&A 걸림돌
1999/02/01(월) 19:25
외국기업의 국내진출후 어느 업계보다 매출 성장이 높은 곳은 제약업계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제약업체로는 소화제「훼스탈」로 알려진 독일 훽스트사(한독약품)를 비롯 발기부전 치료제「비아그라」의 한국 화이자, 소화성 궤양치료제「잔탁」으로 알려진 한국그락소웰컴등 40여개에 달한다.
이들 외국제약업체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직전만 해도 연간 매출 증가율이 12%대로 상장사를 포함 국내 64개 제약업체보다 약 2배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경색된 국내 경기 여파로 성장세는 다소 둔화됐지만 이들 기업은 잇따른 신제품 출시및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과 유통망 다지기로 내실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중 지난해 국내업체들과의 합작을 청산하고 독자경영을 선언한 사례만도 4건에 달한다. 미국 화이자는 신원JMC의 한국화이자 지분을 44%인수, 사실상 독자경영의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300만달러를 투자했다.
또 미국 일라이 릴리가 대웅릴리 지분을 50% 인수, 현지법인인 한국릴리가 탄생했다. 미국 브리스톨 마이어 스큅도 동아제약의 자회사인 동아바이오테크를 인수하는등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기업인수 열풍속에서 외국업체들의 기업인수(M&A)의 걸림돌은 국내 제약업계에 깊이 뿌리 내려있는「매출할인(애프터 디스카운트)」관행과 불투명한 회계장부. 지난해말 그락소웰컴은 영진약품을 인수키위해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한후 자산실사과정에서 계약자체가 물거품되는 상황을 맞아야 했다. 바이엘 역시 한일약품을 인수키위해 자산실사를 벌였지만 인수계획을 백지화했다.
한 외국제약업체 관계자는 『막상 자산실사 과정에서 회계장부에 나타난 외상매출액에 매출할인 금액이 포함돼있는등 부채 규모를 감안해도 50억원을 되 받는게 인수하는데 타산이 맞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32개 국내 외국제약회사들의 모임인 IPG는 정부가 수입약에 대해서도 국내 제조약과 같은 여건에서 의료보험약으로 등재토록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가격의 자유경쟁 체제가 뿌리를 내리지 않은 국내 제약시장에서 7월부터 시행되는 의·약분업은 정부의 일률적인 약품 가격인하조치와 맞물려 제약업계를 더욱 벼랑으로 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장학만 기자 local.@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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