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99감독... 심형래
1999/02/01(월) 18:05
「It's Not What You Expect」. 「용가리」포스터의 카피다. 심형래(41)의 번역. 『장난이 아니다』이다. 10여년 동안 「영구와 공룡 쭈쭈」「드래곤 투카」등 그가 만든 영화 8편이 저급 코미디 취급을 받고, 94년 여름에는 「티라노의 발톱」이 「쥬라기공원」에 무참히 짓밟혀 비웃음을 살 때마다 되내던 말이다. 포기하지 않았다. 『10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할리우드를 따라 잡는다』고 자신했다. 그리고 그의 말은 현실이 돼가고 있다.
그는 「영구」가 아니다. 고려대 식품공학과 출신의 그는 한국영화의 현실과 미래의 방향을 꿰 고 있는 어린이 SF물의 제작자이자 감독이다. 『한가지만 해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이 생긴다』 『가능성 적은 예술지상주의에만 매달리고, 그것만 평가해 주는 풍토는 고쳐야한다』 『영화는 산업이다. 경쟁은 해외시장이다』 『영화제 유치, 스타 출연료에 몇억원 쓰면서 장비하나 제대로 샀느냐』. 구구절절 맞는 얘기지만 코미디언의 말이라며 모두가 무시했다.
그러나 1분짜리 「용가리」 데모필름으로 지난해 칸에서 한국영화 10년 수출액보다 많은 272만달러를 단번에 계약한 지금, 누구도 그를 비웃지 못한다. 정보통신부 한국수출보험공사 상공회의소가 앞장서 「용가리」를 지원했다. 1일에는 삼부파이낸스가 모자라던 제작비 22억5,000만원을 투자키로 결정했다. 영구아트무비에는 120명의 젊은 컴퓨터·영상세대가 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최첨단 필름스캐너 이매이저 3000V, 디지털 합성기 등이 갖춰져 있다.
지난주 과로로 중이염에 걸리고, 얼굴이 붓는 강행군으로 그는 「용가리」미니어처와 실사촬영을 마쳤다. 컴퓨터합성, 특수효과, 음향작업이 남았다. 이 모든 작업을 외주없이 독자적으로 한다. 『SF물은 망해도 남은 것(장비와 노하우)이 있다』며 누가 뭐래도 한가지 길을 고집해온 결과다. 26일 그는 25분짜리 「용가리」필름을 들고 아메리칸 필름마켓(AFMA)에 간다. 1,000만달러 이상의 계약을 자신한다. 벌써 다음 작품 「콘돌」까지 기획해 놓았다.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려 89년 「우뢰매」로 시작한 SF영화의 길. 『「용가리」에 비하면 「고질라」「쥬라기공원」이 장난이다』 이대현기자 leedh@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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