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오페라 황화론
1999/02/01(월) 17:32
이탈리아의 오페라 가수 등용문인 카루소상(賞) 콘테스트 주최측은 일본과 한국의 참가자를 배제키로 결정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주최측은 그 이유로 두나라의 참가자가 너무 많고, 판에 박은 단골곡을 불러 유럽인의 입상기회를 빼앗고, 입상한 후엔 귀국하여 고액교습비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작년부터 이탈리아의 파르마콘테스트도 같은 이유로 한·일 두나라 음악도들의 참가를 금지시켰다고 하니 이탈리아 오페라계에 반(反)동양 무드가 고개를 드는 것같다.
■근년에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콘테스트에 입상한 한국의 성악가들이 유럽과 뉴욕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또 최근 몇년사이에 국내의 오페라무대에 많은 청중이 몰리는등 오페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발전의 저변에는 많은 오페라가수 지망생들이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각종 콘테스트에 입상하는등 한국 성악계에 신선한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탈리아 음악계가 지적하는 이유들이 우리 사회의 부정적 그림자와 너무 일치한다는 점에서 씁쓸해진다. 입상하기 위해 이 콘테스트 저 콘테스트로 몰려다니는 군상(群像), 판에 박은 단골곡만 부른다는 지적등은 창의와 도전과 예술성이 없다는 아픈 비판으로 들린다. 더구나 입상 프리미엄을 갖고 귀국하여 과외교습을 통해 거액을 벌어들인다는 대목에 이르면 마치 대학입시의 폐해가 이탈리아 오페라계에까지 뻗쳐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어느 사회나 자기네 영역의 본질이 침해당한다는 위협을 느낄 때는 방어하게 된다. 그러나 유럽인들의 입상기회를 빼앗는다는 주최측의 주장, 유럽 오페라무대에서 동양인들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으니 유명콩쿠르에 입상하고도 귀국하여 레슨을 할 수밖에 없다는 국내 성악가들의 항변을 들으면 유럽무대의 배타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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