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정국기상은 일단 「혹한」(酷寒)으로 시작하고 있다. 1월 내내 정치권을 뒤덮었던 한파가 물러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화해제스처를 외면한 채 구미집회를 강행했고 여권도 『당분간 내놓을 대화카드는 없다』며 냉담한 표정이다.전반적인 분위기도 차갑지만 구체적으로 여야대립을 촉발할 현안들이 쌓여있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부자의 경제청문회 증언문제, 세풍(稅風)사건에 연루된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의 처리, 국회 529호실 사건의 매듭 등이 당면한 난제들이다. 또한 드러나지는 않지만 물밑에서 진행되고있는 정계재편의 움직임은 여야화해를 근본적으로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여야가 내부적으로 안고있는 문제들도 정국을 꼬이게할 공산이 크다. 여권의 내각제약속이행문제, 야당의 내부이탈기류와 비주류 도전 등은 정국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정치문제는 아니지만 노사갈등의 증폭, 우여곡절을 겪고있는 빅딜은 조속히 해결되지않을 경우 정국에 큰 부담을 지울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어김없이 가고오는 절기(節氣)의 흐름처럼 2월 정국이 마냥 얼어붙어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2월 중순의 「설연휴」(14~17일)가 자연스럽게 대립국면의 호흡조절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후반으로 갈수록 「춘풍(春風)」을 이끌어낼 정치일정들이 많이 예비돼 있다.
우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취임 1주년(2월25일), 이에 즈음한 김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기자회견, 3·1절 대규모 특사 등 해빙무드의 일정들이 잡혀 있다. 여권은 이들 행사에서 대화합과 국민통합의 의지를 피력하고 지역균형인사, 지역균형개발의 구체적 복안을 밝힐 방침이다. 이는 국민을 상대로 한 화합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야당이 수용하든 않든간에 정국 반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도 설 이전에 다시 대규모 장외집회를 개최하기가 쉽지 않아 마냥 강공을 고집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2월 정국은 혹한에서 출발, 우여곡절을 거쳐 해빙으로 어렵게, 어렵게 진행되는 기상도를 그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이영성기자 leey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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