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근본주의를 세계무대의 전면에 등장시켰던 이란혁명이 1일로 20주년을 맞는다. 수도 테헤란 곳곳에서는 각종 퍼레이드, 공연 등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세계화와 반미성전이라는 호메이니의 혁명 이념은 20년간의 고립이 낳은 경제난과 온건파 대통령 모하메드 하타미의 개혁·개방정책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79년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란 최초의 이슬람공화국을 수립한 호메이는 미국을 「그레이트 사탄(대악마·Great Satan)」으로 지목하고 철저한 반서방정책을 펼쳤다. 이후 터키, 이집트, 아프가니스탄, 수단, 알제리 등지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은 전염병처럼 번져나갔다.
그러나 20년의 세월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먼저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20세 이하의 청소년층은 호메이니를 차츰 잊어가고 있다. 수도 테헤란에 들어선 피자와 햄버거가게를 점령하고 있는 이들은 정부에서 상영을 금지한 영화 「타이타닉」을 해적판 비디오로 즐기고 있다.
석유 수출에 의존하던 경제는 미국의 제재와 유가하락으로 리알화 가치가 폭락하고 인플레율은 연일 상승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이란의 통치자는 호메이니의 이념을 계승한 정신적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97년 집권한 온건파 모하메드 하타미 대통령. 하타미는 지난해 이란 지도자로는 처음 미국을 방문하는 등 대미 접근을 시도중이다. 반면 하메네이를 정점으로 한 보수파들은 180명의 지식인을 적시한 「살생부」를 공개하는 등 하타미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강경 이슬람인 시아파 회교국 이란을 이끌고 있는 두 지도자는 그러나 최근들어 호메이니의 이념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고립을 탈피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곤기자 kimjk@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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