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어떤 사안에 대해 포괄적인 표현을 쓰면, 그 사안은 그만큼 난이도가 높다는 얘기다.김대통령이 31일 세계일보 창간10주년 인터뷰에서 던진 「내각제언급」은 포괄적 어법의 대표적 사례다.
우선 주목할 부분은 『내각제문제로 자민련 지도부와 사적으로 만나 얘기를 한 일이 있다』는 내용. 특히 「지도부」 「사적」이라는 포괄적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청와대의 고위인사는 「지도부」를 김종필(金鍾泌)총리와 박태준(朴泰俊)총재로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사적으로 얘기했다』는 언급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지만, 『정색을 하고 내각제문제를 다룬게 아니라 국정현안의 논의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거론됐다는 의미』라는게 다수설.
아울러 『우리가 내각제를 한다하더라도 언제할 것인지, 시기에 대해서도 상당한 얘기가 있었다』는 언급도 시사점이 적지않다.
직역하면, 내각제 공론화시기를 넘어 추진시기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얘기다. 김대통령은 『지금은 그것(내각제)보다 경제안정, 정치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부연, 공론화 및 추진시기의 이월가능성을 넌지시 밝혔다.
김총리도 30일 『이 단계에서는 경제문제에 지장이 된다는 의견이 있어, 하고싶은 말을 억제하고 있다』고 경제우선주의에 동조했다.
그러나 내각제 추진시기의 이월에 대해서는 김총리는 『지난 대선때 내각제가 바람직하다고 국민에 약속했다』며 DJP약속인 연내이행에 비중을 두었다.
두 사람의 발언에 중첩도 있고, 편차도 있는 셈이다. 따라서 양자의 중첩과 편차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향후 DJP내각제 논의의 요체라 할 수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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