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1일 0시. TV를 보던 시청자들은 깜짝 놀란다. 갑자기 방송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얼마후 방송은 재개되지만 이번에는 예정된 프로그램 대신 엉뚱한 프로그램이 나온다. 프로그램 중간에 CF가 삽입돼 다른 채널을 돌려보지만 마찬가지다. 이 시간 방송사 직원들은 주조정실내 프로그램자동전환장비(APC·컴퓨터에 의해 예정된 편성순서에 따라 프로그램과 CF를 송출하는 장비)에 녹화테이프를 일일이 손으로 넣었다 빼냈다 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 날 아침부터는 동작이 멈춘 무인원격제어 송신소를 찾아 수작업을 해야 한다. 한 마디로 총체적 방송사고다.KBS MBC SBS등 지상파 방송사에 Y2K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예상시나리오다. 방송사로서는 컴퓨터와 근거리통신망(LAN)을 이용한 정보(IT·제작비산출 급여계산 정보교류)분야의 Y2K문제도 심각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반도체칩이 내장된 방송장비 분야, 즉 비전산(Non-IT)분야에서 발생하는 Y2K문제의 체감충격이 더욱 높다. 아예 방송을 볼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은 Y2K문제로 인한 방송사고가 나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사별로 5억~10억원의 예산을 책정,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Y2K문제가 발생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방송장비는 주조정실내 핵심장비인 APC. 컴퓨터나 반도체칩에 의해 시간인식의 오류가 발생하면 모든 프로그램 편성순서가 뒤죽박죽이 되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2000년을 1900년으로 읽어들일 경우 윤년인 2000년 2월29일 방송분이 엉뚱하게 3월1일 방송분으로 채워질 수도 있다. 예정된 편성시간에 따라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원격제어 송신소도 문제가 발생하면 아예 기계가 꺼져버리기 때문에 그 충격은 메가톤급이다.
가장 발빠르게 대처한 곳은 KBS. 지난 해 7월부터 정책기획실에 대책반을 설치했다. 정보자료실은 정보분야, 기술관리국은 비전산분야를 담당해 올해 8월말까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두 자리수로 입력된 컴퓨터 내장시계(RTC)를 네자리수로 바꾸는 게 기본해결책. 분야별 30~48%의 작업진척률을 보이고 있는 1월30일 현재, 방송장비의 경우 제작송출·송신·부수장비 등 3개분야로 나눠 현황파악과 전환작업이 한창이다. 전국 80개 무인원격제어 송신소(AM 65개, TV·FM 15개)에 대한 점검도 병행하고 있다.
SBS도 지난 해 9월부터 전산팀(정보분야)과 기술운영팀(비전산분야)을 중심으로 Y2K문제 대책마련에 나섰다. Y2K문제 해결과정에서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기존 IBM대형기종을 지난 해 12월 IBM유닉스기종으로 바꿨고 이에 맞춰 소프트웨어 변환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6월까지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MBC는 1월12일 기술관리부에 대책반을 꾸렸다. 가을까지는 모든 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 아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방송장비를 선별중이다. APC 외에도 컴퓨터그래픽장비, 일기예보시스템, 편집장비 등 반도체칩이 내장된 거의 모든 방송장비를 대상으로 3등급 평가체제를 마련, 등급별 대처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방송사고를 뜻하는 1등급짜리 방송장비에 대해서는 제조회사와 대리점에 대책마련을 요구키로 했다. 2000년 1월1일부터는 5분대기조인 Y2K응급조치반이 가동된다. 기술관리부 정중희차장은 『2000년 새해 첫 날 방송사고는 방송사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끼칠 것』이라며 『올해 안으로 문제가 해결됐다는 자신이 생기면 Y2K전문기관으로부터 안전도를 인증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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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VTR자체 켜고 끄는데는 아무런 문제없어
「2000년 1월 1일, TV가 안나오면 어떡해?」
결론부터 말하면 TV와 VCR은 Y2K문제와 무관하다. 2000년 1월 1일이 돼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TV와 VCR에는 마이컴이란 반도체칩이 많이 들어있다.
문제는 연도를 표시하는 마이컴. 이 마이컴은 녹화시나 정해진 시각에 TV를 켜거나 끄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위해 마이컴에는 제품출시이후 30∼40년치의 연도와 월, 일, 시각이 달력형태로 미리 입력된다. 미리 달력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2000년 1월 1일이 된다해도 연도표기로 오류를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 40년전에 만들어진 TV수상기에는 마이컴자체가 없어 Y2K문제가 생길수 없다. 시각표시 기능도 마찬가지. 이미 시각이 마이컴에 입력돼 있어 전혀 문제가 없다. 바보상자는 2000년 1월 1일에도 끄덕없이 거실과 안방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김광일기자 goldpar@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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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진, 추진안 직접챙겨
대우자동차는 그룹의 시스템통합(SI)업체인 대우정보시스템을 통해 Y2K문제를 해결했다.
전산분야는 96년부터 대우정보시스템의 기술연구소 지원을 받아 해결했고 비전산분야는 「DY2KM」이라는 방법론을 개발해 지난해 7월부터 외국의 전문업체인 캡제미나이사와 협력을 맺고 처리했다. 올해 7월까지는 최종점검을 마치고 해결작업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대우자동차가 Y2K문제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챙긴 「Y2K추진위원회」 덕분이다. 위원회 아래 사무국을 두고 해외공장, 기술개발, 생산장비, 시설 및 구매, 전산장비, 협력업체 분과 등 부문별로 나눠 일을 진행했다. 96년부터 사내통신망을 통한 홍보와 교육을 병행해 전사적으로 문제인식작업을 벌였고 241개의 협력업체들에 대한 교육도 함께 진행했다.
가장 애를 먹은 부분은 비전산분야 처리를 위한 자산현황파악작업이었다. 관계자는 『자산현황파악에 따라 Y2K문제 해결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해결작업 중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부터 자동차에 들어가는 수많은 부품공정, 테스트장비 등 자산현황 목록을 작성해 석달만인 9월에 부평공장 1만2,659개, 군산공장 5,203개, 부산공장 129개 및 우크라이나, 베트남 등지의 해외공장 등 총 2만399개에 이르는 목록작업을 마쳤다. 이를 토대로 변환작업을 실시해 98년 10월말 최종적으로 문제해결을 끝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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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조사 97개사중 5곳서
Y2K문제(컴퓨터2000년 연도표기)로 인한 오류가 벌써부터 속출하고 있다.
2000년까지 아직 11개월이 남았지만 어음·예금만기일이 뒤죽박죽되고 신용카드 유효기간이 삭제되는 등의 치명적 오류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금융 건설 제조 무역 등 전 산업분야 97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Y2K문제의 보수현황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개사가 이미 Y2K오류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2개 건설회사는 어음·예금만기일이 잘못 처리되는 치명적인 오류가 나타나 비상작업에 착수했고, 모 유통회사는 자체발급하는 3년짜리 신용카드 유효기간을 전산망이 잘못 처리해 골머리를 앓고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다른 건설회사는 2000년이후 납입되는 중도금정산이 잘못 처리돼 전산망교체작업에 돌입했다. 날짜를 99년 12월 31일로 맞춰놓고 모의시험에 나섰던 모 제조업체는 시험도중 시스템이 다운되는 낭패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Y2K오류의 「실제상황」이 속출하고 있지만 국내 산업계의 Y2K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산, 비전산분야를 모두 해결한 기업은 조사대상업체의 8%(8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분야별로는 전산부문의 경우 시험완료 30%(29개사), 시험중 32%(31개사), 전환작업을 진행중인 업체가 37%(36개사)에 이르는 등 해결이 순조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비전산분야는 시험중인 업체가 14%(14개사)에 불과한 반면 전환을 진행중인 기업이 무려 51%(49개사)로 절반이상의 기업이 이제 전환작업에 나설 만큼 Y2K문제해결이 더딘 것으로 밝혀졌다.
업종별로는 금융부문이 다른 분야보다 크게 앞서고 있다. 금융산업은 이미 전환을 완료한 후 테스트를 끝냈거나 테스트중인 데가 전산은 91%, 비전산은 61%로 많은 진척을 보이고 있는 것. 반면 비금융분야는 시험을 끝냈거나 시험중인 업체가 전산, 비전산이 각각 39%,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일기자 goldpar@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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