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이 이달의 주말 상설무대에 낭만발레의 대명사 「지젤」을 올린다. 이 발레단이 올해부터 매달 한편씩 선보이는 레퍼토리 상설공연의 두번째 작품이다. 지난달의 첫 프로그램은 「레퀴엠과 전통발레 걸작선」이었다.「지젤」은 환상과 마법의 세계에 속한다. 줄거리는 사랑에 배반당한 충격으로 숨진 순진한 시골처녀가 원령이 되어서도 사랑하는 이를 구한다는 내용. 그것이 미련한 집착인지 위대한 용서인지 따지기 전에 일단 작품은 무척 아름답다. 거기엔 음산한 죽음의 향기가 떠돈다. 독일 라인장 전설에 나오는, 「윌리」라고 불리는 처녀들의 유령이 그것이다. 윌리들은 밤마다 무덤에서 일어나 달빛에 젖은 채 춤을 춘다. 거기 홀린 청년들을 숨이 끊어질 때까지 끌고 다닌다.
지젤은 아돌프 아당의 음악, 장 코랄리·쥘 페로 안무로 1841년 파리에서 초연된 뒤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다. 병든 낭만주의에도 불구하고 눈 뜬 채 꿈꾸게 만드는 환상적인 무대가 관객을 붙들기 때문이다.
발레리나라면 누구나 지젤을 하고 싶어한다. 이번 지젤은 3명. 89년 동양인으로는 처음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러시아 키로프발레단의 무대에서 7차례 커튼콜을 받았던 역대 최고의 지젤 문훈숙 단장, 이 발레단의 든든한 스타 박선희, 지난해 「돈키호테」의 키트리역을 맡아 주역으로 발돋움한 신인 전은숙이 번갈아 출연, 과거-현재-미래의 지젤을 대표한다. 지젤이 사랑하는 알브레히트 역에 이준규 박재홍 황재원, 알브레히트의 연적 힐라리온 역에 이준규, 가오자오가 교대로 나온다. 5~6일, 26~27일 리틀엔젤스예술회관. 금요일 오후7시, 토요일 오후3시 7시. 입장권 6,000(학생석)~3만원. 한편 국립발레단도 89년 이후 10년만에 다시 3월30~4월4일 지젤을 공연할 예정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주말상설공연은 3월 「백조의 호수」, 4월 「심청」으로 이어진다.
(02)2204-1041~3 오미환기자 mhoh@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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