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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호 한때 입북거부] "돈부터 보내라" 북 계산된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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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호 한때 입북거부] "돈부터 보내라" 북 계산된 행동

입력
1999.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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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선 금강호의 북한 입국 지연 사태는 북한이 언제라도 입맛에 맞지 않으면 관광선과 관광객을 「볼모」로 금강산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건이다.이 사건은 북한이 지난달 12일 구두약속한 금강산 지역의 공연장 휴게소 온천장 등 3개 현대그룹 시설물에 대한 독점사업기간 보장각서를 30일까지 보내지 않은데서 비롯됐다. 현대는 북측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자 30일까지 보내기로 한 금강산 독점개발사업 대가중 1월분 2,500만달러를 송금하지 않았다.

이에 북한 아태평화위는 30일 오후 금강호 출항 직전 현대측에 『송금이 이뤄지지 않았으면 관광선을 출항시키지 말라』고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현대는 2월 초 송금 입장을 전달하고 금강호를 일단 동해항에서 출항시켰다.

그러나 금강호가 북한 해역으로 들어가기 직전인 31일 새벽 3시께 북측은 금강호와의 정기 무선통신중 『군사분계선 이북해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일부와 현대측은 북한 지도부가 금강호 출항직전 사실상 입국허가를 내주었으나 북한 해군과 금강산지역 일선 관리에게 이같은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입국지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국자들은 95년 쌀지원을 위해 북한에 갔던 우리측 씨아펙스호가 북한 중앙부처로부터 정확한 지침을 전달받지 못한 현지 관리들이 인공기를 달도록 강요했던 「해프닝」과 같은 사례가 반복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북측의 주도면밀한 계산에 의해 진행됐다는 흔적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북한은 지난달 9일 금강산종합개발사업에 대한 남한 당국의 승인이 지연됐을때도 『승인지연으로 송금(98년 12월분)이 어려우면 1월10일부터 금강산 입항을 불허하고 현지의 현대관계자들을 철수시키겠다』고 위협했었다. 당시 북한은 현대측의 양보로 위협을 실행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그러다 이번 기회에 다시 『돈이 오지 않는 한 사업의 정상적 진행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본때있게」내보인 것이다. 북한이 우리측이 예상할 수 없는 시각인 31일 새벽 전격적으로 입국불허방침을 전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특히 북측은 금강호에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정부 관계자중 최고위직인 박지원(朴智元)청와대 공보수석이 동승하고 있다는 상징성도 십분 활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같은 북측의 돌발행동이 어느때고 재발될 수 있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인 독점 보장과 관련, 금강산지역 현대 시설물에 대한 독점사업기간을 명시할 수 없다는 북측의 입장과 독점보장을 요구하는 현대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점기간문제를 둘러싼 협상이 이어지는 한 중단위협은 지속될 것이고 이와 별개의 첨예한 현안이 돌출했을 때에도 상황은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관광을 포함한 금강산사업의 안전한 추진을 위해서는 특단의 보장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미흡한 금강산사업 관리도 비판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30일 오후 베이징(北京)에서 진행된 현대와 북한 아태평화위간의 협상에서 북측은 관광선 출항 중단을 위협했는데도 정부가 송금문제가 완만히 해결됐다는 현대의 전언만을 믿고 1,147명이 승선한 금강호를 출항시킨 점은 신중하지 못한 대처로 보인다. 아울러 보장각서를 둘러싼 양측간의 갈등이 첨예화한 와중에 청와대 고위당국자가 탑승한 점도 치밀하지 못한 사업관리 사례로 지적된다.

이영섭기자 young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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