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간의 쇠고기통상협상이 결렬되자 우리나라의 한우·수입쇠고기 구분판매제도 등을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규정,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농림부는 워싱턴에서 26~30일 열린 「99년 쇠고기 수입쿼터 이행에 관한 협의」가 결렬됐으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측이 『한국의 양보가 없는 한 WTO에 제소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고 31일 밝혔다.
농림부 당국자는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 들일 수 없다는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WTO 피소가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슈퍼301조 발동여부와 관련, 『미국측이 협의과정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다만 발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미 쇠고기 협상은 피셔 USTR부대표의 방한(2일)을 계기로 재개될 수 있으나 미국측은 현재까지 재협의나 WTO 제소중 어느 것을 선택할 지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측은 최근 협의에서 지난해 의무수입물량(수입쿼터)중 수입되지 않은 4만2,000톤(구매계약체결기준)을 올해로 이월시켜 수입하고, 한우육과 수입육의 판매점 구분을 폐지하도록 요구했다. 또 관세를 대폭 인하하고 올해 쿼터(20만6,000톤)를 모든 수입업체에게 추첨이나 선착순 방식으로 배분해줄 것을 요구했다.
우리측은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쇠고기 소비가 줄어 수입쿼터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미소진쿼터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한우육과 수입육의 구분판매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며, 수입육에 부과되는 관세 42%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합의된 결과이기 때문에 인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희경기자 hkju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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