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스위스의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각국 원수, 고위관리, 외교관, 금융인, 경제학자들이 모여 세계경제의 현안을 토론하는 세계경제포럼은 근년에 더욱 그 권위와 영향력이 높아졌다. 올해 세계경제포럼은 「책임있는 세계화, 세계화의 충격관리」라는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이 주제는 지구촌이 당면한 경제위기를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우리경제의 위기 및 그 탈출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토론에서 IMF의 아시아 금융위기 처방의 오류가 비판받고 또 국제 금융위기를 촉발한 국제투기자금 규제론이 나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그 처방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책임이다. 그러나 이번 토론의 행간(行間)에서 우리가 주목할 일은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에겐 인간의 얼굴을 지닌 세계화가 필요하다』는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의 말은 더욱 공감을 준다.
우리가 살아온 세기말의 90년대는 바로「세계화의 10년」이었다.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소련이 붕괴하자 미국은 탈냉전 시대의 유일 초강국으로서 국제질서 재편을 주도해 왔다. 특히 미국은 정보화로 재무장한 경제력과 국제통화로 강화된 달러를 무기로 세계시장을 미국식 자본주의의 틀안에 하나로 묶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미국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 진행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세계화는 바로 미국화로 연결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는 통제할 수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월스트리트를 매개로 묶여 단일시장으로 통합된 세계시장은 지구촌의 한구석에서 일어난 사건이 삽시간에 세계경제의 균형을 깨뜨리며 예측할 수 없는 규모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작년의 바트화 위기, 최근의 브라질 지방정부의 지불유예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혼란을 통제할 효율적인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는 미국을 표준화의 잣대로 만들어 놓았다. 아무리 창의적인 사고와 아이디어도 미국을 통하지 않으면 빛을 보기 어렵게 됐다. 이같은 현상은 산업분야뿐 아니라 대중문화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영어와 미국문화의 일방적인 확산은 문화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
교황 바오르 2세도 미국의 신자유주의를 경고했지만 사회적 이상을 상실한 물질주의가 월스트리트의 울타리를 벗어나 전세계로 퍼지는 것은 우려할만한 사태다. 더구나 미국이 도덕성을 상실한 지도력으로 세계화를 주도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