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을 태운 현대 금강호의 북행 항로는 수월치 않았다. 북한이 일시 입북을 불허하는 바람에 금강호는 당초 예정시간을 11시간 이나 넘겨 지각 입북했다.현대 금강호는 당초 30일 밤 12시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31일 아침 6시30분께 장전항에 입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북한 원산의 해양보안당국은 입북을 허가하지 말라는 상부의 명령을 받았다며 금강호의 항로유도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측은 금강호에 탑승한 관광객들에게 이날 오전 8시30분께부터 『북한의 항로유도를 받지못해 입항이 지연되고 있다』는 짤막한 안내방송을 두세차례 내보냈으나 입북 지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아 관광객들 사이에는 이런저런 억측이 나돌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박수석은 우리 당국 및 현대측과 연락을 취하며 『모든게 잘 될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금강호는 입북지연으로 여행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자 선상에서 빙고게임,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 영화상영 등 특별여흥 프로그램을 마련해 승객들의 지루함을 달랬다. 금강호의 현대 고위관계자는 『관광이 늦어진 만큼 승객들의 의사를 물어 귀환을 하루 늦춰서라도 미처 못한 금강산 관광일정을 모두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수석은 승선 첫날인 30일 오후 선상 공연때 사회자의 안내로 무대에 올라 승객들에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북 교류협력 확대 정책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박지원 공보수석과 청와대출입기자단이 탑승한 금강호의 입북이 지연되자 금강호는 물론 통일부, 현대측과 긴밀한 접촉을 계속하며 정확한 사태파악에 분주했다.
청와대는 특히 지금까지 정부 관계자로는 최고위급인 박수석이 금강호에 탑승한점을 감안, 북한측의 입북불허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지 여부를 파악하는데 주력했으나 입북 지연이 우려와는 달리 현대와 북한간 송금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청와대는 오후 2시30분께 금강호로부터 『배가 북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1∼2시간 뒤 장전항에 도착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금강호 선상= 유승우기자 swyoo@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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