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들] "해외출장 엄두도 못낸다"
1999/01/30(토) 18:09
「문민정부는 재벌총수들을 바깥으로 내몰았고, 국민의 정부는 비행기를 탈 틈을 주지 않고」
연초마다 신사업구상등을 위해 해외출장했던 재벌총수들이 올들어 「기내식」을 먹을 엄두를 못내고 있다. 대규모사업교환(빅딜)및 구조조정등 산적한 그룹현안을 챙기느라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일부총수는 대외활동을 자제한채 칩거하며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문민정부시절 비자금사건등으로 호된 시련을 당했던 총수들이 세계경영과 글로벌경영을 명분으로 틈만 나면 해외장기체류했던 것과 판이한 양상이다.
해외출장을 못가는 대표적인 총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우중(金宇中) 회장.
김회장은 2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된 세계경제포럼(WEF)총회에 참석, 선진국 「전주(錢主)」들에게 한국경제설명회를 주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간 빅딜이 난항을 겪자 다보스행을 취소한채 정부및 삼성최고경영진과 만나 해법찾기에 부심. 그는 다보스회의 불참을 무척 아쉬워하고 있다.
남미등의 외환위기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못해 방황하는 국제자본을 한국에 유치하는 절호의 찬스라며 직접 투자세일을 벌일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이건희(李健熙) 삼성회장은 해외출장을 자제한 채 서울 한남동 그룹영빈관(승지원)에 머물며 「승지원구상」에 몰두중이다.
그룹집무실에도 일주일에 한번가량 나갈 뿐 승지원에서 정치권과 재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삼성자동차의 조기처리방안에 대해 골몰하고 있다고 그룹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연초마다 신규사업구상차 일본과 미국등으로 날아가 21세기 전략사업을 모색하는 도쿄구상, 뉴욕구상등을 해왔다.
반도체를 현대에 넘기는 결단을 내린 구본무(具本茂)LG회장은 외부인사와의 접촉이나 해외출장을 사절한채 그룹집무실에 칩거.
특히 반도체포기에 따른 실지회복을 위해 신규사업진출이나 공기업인수방안을 적극 모색,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현대 정몽구(鄭夢九)회장은 인수한 기아자동차의 경영정상화와 재무구조개선등을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로인해 2월 2일까지 다보스에서 열리는 WEF자동차분과위원회회의에는 정몽규(鄭夢奎)현대자동차부회장이 대신 참석했다.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도 겨울철마다 싱가포르등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혹한을 피하며 현지근로자들을 격려하는 것이 단골행사였으나 올해는 금강산관광사업등을 챙기느라 국내에 머물고 있다. /이의춘기자 eclee@hankookilbo.c0.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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