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철강 2세] 명예회복 도전
1999/01/30(토) 17:57
한보철강 인수전에 타업체 보다 월등한 가격을 제시하며 돌연 경쟁에 뛰어든 미국계 네이버스 컨소시엄 구성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월가(街)를 중심으로 막강한 펀드 투자기관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국내에 이끌고온 권호성(權浩成)중후산업 사장은 연합철강(연철)의 창업자이자 전 회장인 권철현(權哲鉉)씨의 장남이라는 점에서 국내 철강업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박정희(朴正熙)대통령 집권말기인 77년초 정치논리로 강압에 의해 연철을 국제그룹에 넘겨야 했던 권씨 일가는 이후 85년 국제그룹 해체후 연철의 재인수를 추진하다 마지막 순간에 동국제강에 고배를 마시는등 2차례에 걸쳐 쓰라린 경험을 겪었다.
그리고 14년의 세월속에 잊혀졌던 연철 창업주 2세가 주축이된 「다국적 연합군」과 동국제강이 한보철강의 인수를 놓고 다시 맞붙게됐다.
특히 동국제강 계열사인 연철의 지분 40%를 현재 보유중인 권씨일가는 지난해 동국제강측을 상대로 이사·감사 직무정지 가처분신청 등을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양측은 다시 한보철강 인수를 놓고 진검승부에 나선 셈이다. 우연치고는 너무나 운명적인 이들의 라이벌전은 국내 철강업계 최대의 한판승부로 꼽히고 있다.
예일대 출신으로 20여년간 월가(街)와 남미지역에 마그너 투자은행을 설립하며 활동해온 권사장이 이끌고온 네이버스 컨소시엄은 예일대 코넥션을 중심으로 이뤄져있다.
세계적인 투자기관으로 알려진 서드 애비뉴 밸류펀드의 마틴 휘트먼회장은 예일대 경영학 대학원 교수출신으로 국제 투자계에선 부도기업 인수 전문가로 명성이 높다.
또 컨소시엄의 다른 구성원인 네이버스 캐피털은 미국 굴지의 석유시추업체인 네이버스 인더스트리의 투자기관으로 특히 이 회사 유진 아이젠버거 회장은 미국 철강업계에서 대부로 통한다.
이들은 이미 한보철강의 향후 사업 가능성에 대해 국내업계 전문가들보다 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미 내부적으로도 한보철강을 인수한후 전체주식의 25%를 채권단과 한국정부, 한보철강 임원과 노조등에 배분할 것을 구상할 정도로 치밀한 한보 정상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 아시아 판매시장에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는 일본의 거대 철강업체를 컨소시엄에 합류시키거나 제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을 정도다.
한보철강의 사업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해 이들 투자기관을 설득, 투자를 결정하게 만든 권사장은 애써 동국제강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언급하길 꺼려한다.
그러나 연철의 「명예회복」을 20여년간 가슴에 담아온 권사장으로는 『동국제강이 한보철강을 거져 먹어가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앞으로 실사단계를 거쳐 한보철강의 인수뿐 아니라 경영정상화에도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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