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꾀정치'는 그만
1999/01/30(토) 19:07
오늘 열릴 한나라당의 구미집회를 두고 여야가 경제실정 규탄이다, 지역감정선동이다 하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굳이 논란을 가려본다면 야당이 자신의 입지를 지역감정에 기대려 하는 것은 분명히 옳지 않다. 아울러 이들 지역의 민심이반 현상과 야당이 장외투쟁을 불사하는 빌미를 여권이 제공했다는 책임 또한 엄연하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싸움을 한두번 본 것이 아니고, 여기에는 항상 현상의 대소 원인들이 중첩, 누적돼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이번의 경우 역시 이런 속성을 단칼에 가릴 만큼 명쾌한 명분을 여야 어느 쪽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여야의 정치관리 방식이 단기이익이나 조건반사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채 합당한 목적과 정당한 수단에 대한 기본인식이 결여돼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청문회를 단독으로 강행하자 마산집회로 대응하고, 여기서 지역감정문제가 부각되자 총재회담이 제의된 것이 지난주의 일이다.
여야가 올바른 사고와 행동을 할 줄 안다면 그 시점에서 정쟁을 중단하고 총재회담 개최를 통해 정국정상화에 진력하는 것이 도리였다.
그러나 여권은 청문회안건 날치기처리에 대한 유감표시에 여전히 무성의하고, 야당은 지역집회의 유혹을 버리지 못한채 총재회담을 거부했다.
여기에 여권이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한 정계개편 의사를 불쑥 던지자 이번엔 야당이 크게 자극받았다.
공격과 반격, 상대 약점잡기, 공작적 애드벌룬 띄우기 등등 잔수와 변칙이 난무하는 정쟁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미집회가 지역민심에 편승하자는 것인지, 지역민심을 잡으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부여당 고위인사들까지 갑자기 현장방문이다, 설명회다, 간담회다 하며 부산을 떠는 것도 결국 이런 악순환의 하나일 뿐이다.
지역민심의 악화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닌 바에야 여권의 이같은 대응방식은 얄팍한 임기응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야당 역시 영남지역을 기반으로 생각해 지역경제와 민심을 그렇게 중요시 한다면 국회에서 정책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온당한 길이다.
보다 큰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의 본령을 여야는 잊고 있다. 여든 야든 진심어린 충정이 느껴질 때 민심은 그곳으로 따라가게 마련이다.
얕은 즉흥 술수들이 눈앞의 대결에서는 효과를 발휘할 지 몰라도 그런 방식으로 국민은 이끌어지지 않는다. 장외집회공방은 이제라도 끝내야 한다. 정당하지 않은 일을 중단할 줄 아는 것도 정치의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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