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이런 마을에 살고싶다
1999/01/29(금) 17:32
영국작가 엘리자 트림비의 「플럼아저씨의 낙원」은 주민이 힘을 모아 삭막한 마을을 아름답게 바꿔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책이다. 서민 동네의 연립주택에 사는 플럼씨가 풀 한 포기 없는 마당에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이웃이 참여하고, 그 운동이 마침내 다른 마을로 널리 번져가는 이야기다. 지난 6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의 「마을 만들기」는 전국적인 호응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일본 건축가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건축가 엔도 야스히로의 책 「이런 마을에서 살고 싶다」는 「마을 만들기」의 중심주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 만들기」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그 지역에 어떤 가치를 두고 마을을 디자인할 것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후쿠오카 시민은 나비 모양의 도시계획 「파피용 플랜」을 세우고 꽃길 위로 나비가 춤추는 공간을 만들었고, 오사카 부근의 도요나카 시민은 특수한 집단주택을 건설하여 집 창문으로 밤하늘의 별을 보는 꿈을 이루었다.
■저자는 「마을 만들기」를 위해서는 주민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기다리지 말고 직접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민은 또 투기꾼과 개발업자들의 「마을 부수기」에 끊임없이 맞서야 한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보면 긍지와 안타까움이 동시에 인다. 하회마을은 격식있는 전통주택과 상업화한 민박·음식집이 아슬아슬하게 공존하면서, 파괴와 보존 사이에 곡예를 하는 듯하다.
■29일 「건축문화의 해」 선포식이 거행되었다. 건축의 해를 맞아 펼쳐질 사업 중에는 「내가 가꾼 우리 마을 콘테스트」도 들어 있다. 주민이 가꾼 아름답고 살기좋은 마을이나 장소를 선발해 시상하는 사업이다. 대표적 전통마을은 알뜰히 보존돼야 하지만, 일반 마을은 고유한 아름다움과 현대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가꿔가야 한다. 모두 「이런 집과 마을, 국토에 살고 싶다」는 적극적인 희망을 갖고 실현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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