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포럼] 국가간 '빈익빈 부익부' 심화
1999/01/29(금) 18:12
- 세계화 10여년… 국가간 '빈익빈 부익부' 심화
세계화는 더이상 변화의 흐름이 아니라 이미 현실화한 실체가 됐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주제어를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이 아닌 「글로벌리티(Globality)」로 채택한 것은 이 때문이다.
세계화는 90년대의 화두(話頭)였다. 국경없는 자본 이동과 상품 교역의 완전한 자유화를 두 축으로 하는 세계화는 지난 10년간 미국의 주도 아래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로 자리잡았다.
세계화의 이론적 근거는 명확하다. 자본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의 넘쳐나는 자본을 얻을 수 있다. 또 무역장벽을 허물어버림으로써 모든 상품을 지구상에서 가장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곳에서 만들어 지구 전역에서 소비할 수 있다. 한마디로 자본의 효율성과 상품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인류 전체의 복지를 늘릴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같은 세계화는 97년 7월 아시아 경제위기가 촉발되면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자본이동의 자유화는 아시아 경제위기의 한 원인이 됐을 뿐만 아니라 국지적인 경제위기가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지구 전체를 무대로 가장 손쉽게, 가장 빠르게 이동해 온 헤지펀드가 세계금융시장의 교란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자본이동의 자유화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 가를 보여주는 작은 예에 불과하다.
상품 교역의 완전한 자유화 역시 개발도상국을 선진국의 상품 생산 및 소비기지로 만들어버렸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세계화를 통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의 구분 기준은 더이상 「부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다. 세계화는 이 구분기준을 「생산적인 지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로 바꾸어 버렸다. 생산적인 지식기반이 빈약한 개발도상국은 세계화에 따라 그만큼 더욱 취약해지는 것이다.
세계화는 이제 과정이 아닌 조건이 돼버렸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도 글로벌라이제이션의 거대한 흐름을 역류시킬 수는 없으나 이를 실체(글로벌리티)로 인정함으로써 세계화의 성격을 새롭게 규정짓고자 하는 것이다.
/박정태기자 jtpark@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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