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아시안게임 화제] 쿠웨이트선수단 실력보다 재력?
1999/01/29(금) 17:43
열사의 나라 쿠웨이트대표팀이 99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강원 용평에서 화제를 몰고다니고 있다.
쿠웨이트는 이번 대회에 아이스하키선수·임원 등 24명으로 구성된 선수단을 파견했다. 공식대회 첫출전인만큼 이들의 전력은 물론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다른 팀들이 별로 신경쓰지않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다. 국내 한개뿐인 아이스링크에서 취미활동을 하던 젊은이들을 두달전 불러모은데다 캐나다인 감독도 3주전에야 부임했을만큼 급조된 팀이기 때문. 더구나 선수 절반가량이 형제, 조카 등 일가친척관계라 마치 가족여행을 온 것처럼 분위기가 자유분방하기 이를데 없다.
이들은 역시 실력보다는 석유부국 출신답게 재력이 주목할만한 「전력」. 24일 도착직후 조직위측에서 숙소비용 선납을 요구하자 에이야드 아심 알카라피(38)단장은 즉석에서 무제한사용 카드를 빼들고 로비의 현금인출기 등에서 곧바로 3,000만원을 인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장비도 굳이 무겁게 들고올 것 없이 맨손으로 와 이곳에서 모두 최고가의 신품으로 장만했다. 마사지기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지자마자 선수들은 그 자리에서 간단하게 1,000여만원을 갹출했다. 한 선수는 『아버지가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딸 경우 최신형 스포츠카 3대를 사주기로 약속했다』고 자랑한뒤 『하지만 성적이 나쁘면 아버지가 키우는 호랑이 두마리의 밥 신세가 될 것』이라고 장난스런 표정을 지었다.
27일부터 강릉시 빙상경기장에서 연습을 시작한 선수들은 어색한 동작에도 불구하고 연신 『목표는 우승』이라고 큰소리쳤으나 막상 우승후보인 카자흐스탄팀의 연습경기를 지켜본 뒤에는 얼굴빛이 달라졌다.
팀전력의 주축은 아이스하키 동호인 6년경력의 골키퍼인 압둘 아지즈 잘잘라(34)씨. 국영석유회사 소방대장이기도 한 잘잘라씨는 『태양의 열기와 불길 속에서 생활하다 시원한 얼음을 지치는게 좋아 아이스하키에 취미를 붙였다』며 『그동안 미국, 스웨덴 등을 돌며 실력을 쌓았다』고 말했다.
선수단 통역을 맡고있는 정진호(鄭眞淏·26)씨는 『아이스하키 실력은 모르겠으나 팀분위기만큼은 다른 나라 선수단이 모두 부러워할만큼 최고』라고 말했다. 용평=이주훈기자 jun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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