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병든 웃음 제조경쟁 `쯧쯧쯧' TV 오락프로
1999/01/29(금) 17:14
재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 삼각관계 만들어 한 사람 왕따시키기, 몰래카메라로 출연자 괴롭히기, 아찔한 장면 그대로 재연하기…. TV 오락프로그램이 비상식적인 소재와 아이디어를 이용, 억지웃음을 전하고 있다. 제작진의 「재미강박증」이 정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23일 오후6시 방송된 SBS 「기쁜 우리 토요일」의 한 코너 「내가 원하는 참사랑」. 제작진은 학과·동아리 선후배사이인 여대생 한 명과 남학생 두 명으로 삼각관계를 만든 다음, 여학생이 맘에 드는 한 사람을 선택하도록 했다. 두 남학생은 얼음물에 들어가 여학생이름으로 삼행시를 짓고, 카페에서 말싸움과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한 사람은 왕따가 됐고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왕따가 되는 과정을 철저히 오락화한 것이다.
「기쁜…」이 이날 내보낸 또다른 코너 「스타 이런 모습 처음이야」는 더욱 심각했다. 탤런트 이선정이 가짜 미스터코리아 선발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고, 제작진과 미리 입을 맞춘 가짜 폭력배들은 대회를 훼방놓으며 이선정을 위협했다. 이선정이 울먹거리고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은 모두 몰래카메라에 찍혔다. 이러한 출연자 가학행위를 보고 어느 시청자가 웃을 수 있을까. 하지만 진행자 홍록기는 이 장면을 보면서 『보세요. (이선정씨가) 말은 용감하게 했지만 우는 것 보세요』라며 킬킬댔다.
17일 오후6시 방송된 MBC 「휴먼TV 앗! 나의 실수」는 재미강박증의 또다른 폐해를 드러냈다. 시청자들의 실수담을 재연하는 이 프로에서 「무지막지한 엄마-도현옥」편이 방송됐다. 초등학생 아들이 장난감 총알 10여개를 코와 귀에 집어넣는 장난을 치다 귀에 들어간 총알 한 개가 빠지지 않아 애를 먹은 사연이었다. 총알을 빼내기 위해 진공청소기를 아들 귀에 대고 동작시키는 장면이 그대로 재연됐다. 고막이 터질 수도 있는 아찔한 장면인데도 재연분위기는 코믹하기만 했다. 방송위원회 관계자는 『오락 프로가 비상식적인 재미를 추구하다보니 시청자 사연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성과 생리현상, 위험한 상황을 소재로 한 사연만 채택해 방송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ankookilbo.co.kr
왕따현상을 오락화한 「내가 원하는 참사랑」(위쪽)과 아찔한 상황을 재연한 「휴먼TV 앗! 나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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