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YS] '꼬인다 꼬여'
1999/01/29(금) 18:24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28일 밤 측근 의원들과 가진 「상도동 만찬」에서 현 정권을 「비민주적 정권」으로까지 몰아붙였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정서가 단순한 「반감」수준을 넘어섰으며, 이젠 그 자신도 하나의 세력으로 대항하겠다는 복선마저 느껴지는 대목이다. 더구나 동교동과 상도동은 양자관계가 꼬이게 한 원인을 서로 상대방 탓으로 돌리고 있어 화해의 접점찾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같다.
양측의 인식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은 현철(賢哲)씨 사면복권 문제. 동교동과 청와대측은 그동안 『현철씨 사면복권 추진은 인간적 배려에 의한 것이지, 민주대연합 또는 YS세력과의 연합 때문이 아니었다』고 못박으면서 『현철씨가 청문회 증언여부와 관계없이, 절차요건만 완비되면 사면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지난해에도 수차례 현철씨 사면복권을 추진했으나, 대법원 확정판결 등 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데다 국민정서가 워낙 험해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상도동측은 『입에 발린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나도 대통령을 해봤지만, 의지만 있으면 법절차 따위는 부수적 요건에 불과할 뿐』이라는게 김전대통령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상도동측은 동교동측이 현철씨 사면복권을 민주대연합의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다고 흘겨보고 있다. 또 『김전대통령이 아들의 사면에 연연해 하는 것처럼 비치도록 언론 플레이까지 하고 있다』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김전대통령의 청문회 증언 문제도 같은 맥락. 동교동측은 『애당초 부르지 않겠다는 내부방침을 세워두고 있었다』고 말한다. 다만 여론의 향배 때문에 YS증언을 배제한 채 청문회를 추진할 수가 없었던 것인데, YS가 일의 행간을 읽지 못하고 일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도동측은 이 역시 「교묘한 이중플레이」라고 불신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믿게할 만한 시그널도 없었을 뿐더러 도리어 이 문제를 지렛대 삼아 여권이 줄곧 줄타기를 해왔다는 게 상도동측의 판단이다.
측근 구속에 대해서도 양측의 견해는 판이하다. 동교동측은 홍인길(洪仁吉) 씨 등을 잡아넣은 것은 검찰수사 과정에서 비리사실이 밝혀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하는 반면, 상도동측은 『우리 때는 동교동 관련 문제는 대부분 눈감아 주었다』며 「표적수사」를 원망하고 있다. YS의 「지향점」에 대해서도 상도동측은 『개인적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현 정권의 비민주성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동교동측은 『단순한 자기방어가 아닌, 정치재개를 위한 밑돌깔기』라고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홍희곤기자 hgho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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