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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륜 파동] '검찰 쿠데타' 외견상 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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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륜 파동] '검찰 쿠데타' 외견상 진압

입력
1999.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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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륜 파동] '검찰 쿠데타' 외견상 진압

1999/01/28(목) 17:47

검찰 사상 유례없던 심재륜(沈在淪)고검장의 「검찰 쿠데타」는 외견상 하루만에 진압됐다. 검찰 수뇌부는 28일 출근하자마자 긴급간부회의를 열어 심고검장의 검찰 수뇌부 퇴진요구를 「대구고검장의 항명(抗命)사건」으로 명명한데 이어 더 이상의 내부 반발과 동요를 차단키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김태정(金泰政)총장은 회의에서 『흔들림 없이 맡은 일을 그대로 수행하고 대전 법조비리 수사도 일정대로 추진하라』고 지시한뒤 『검찰 내부의 반발을 무릅쓰더라도 대전 법조비리를 철저히 수사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각 고·지검도 이날 오전 일제히 전검사회의를 열어 검찰 수뇌부의 의견과 심고검장 폭탄선언 사건의 전말을 전하고 검사들에게 『섣부른 행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등 조직 추스르기에 나섰다. 서울지검은 박순용(朴舜用)검사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개인적인 의견은 내지말라』며 검사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법무부도 이날 오전 박상천(朴相千)장관 주재로 긴급 실·국장회의를 열어 사태수습책을 논의한데 이어 심고검장에게 직무집행정지명령을 내리고 빠른 시일내에 징계절차를 밟기로 하는 등 발빠른 대응을 보였다.

그러나 법무부와 검찰의 이같은 신속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선 검사들은 일손을 잡지 못한채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간부들은 「적절치 못한 경솔한 행동」이었다고 비난하는 반면, 평검사들은 『수뇌부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일종의 관행에 옥석구분없이 메스를 들이댄데서 나온 예고된 사태』라며며 심정적인 동조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뇌부가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제기됐다.

검찰은 『일부 검사들의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특별히 조직내 동요나 갈등조짐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자칫 검사들의 집단반발로 이어지거나 「제2의 심재륜」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심고검장의 부도덕성과 폭탄선언의 의도를 집중 부각시키는 모습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심고검장이 부하검사를 이종기변호사와 면담케 해 사건 은폐를 기도한 것이 수사의 초점』이라며 『심고검장의 행위가 혐의를 감추기 위한 돌출행동』임을 강조했다.

검찰은 또 그동안 철저한 수사를 요구해오던 시민단체들이 심고검장의 성명을 지지하고 나오자 「이율배반」이라며 흥분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은 그러나 가장 아픈 부분인 「정치권력의 시녀론」에 대한 주장에 대해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애써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파동이 하루만에 가라앉긴 했지만 「뇌관」이 드러난 이상 검찰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없는 한 언제든 다시 타오를 수 있는 불씨가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진동기자 jayd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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