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파일] 비디오 판매노린 '잠깐 개봉'
1999/01/28(목) 19:07
- 미믹, 리전에어
극장가의 「대목」인 설이나 추석 연휴를 앞두거나 비수기에 나타나는 현상중의 하나. 바로 B급 액션오락물의 깜짝 개봉이다.
흥행과 상관없이 짧으면 일주일, 길어야 2주만 상영할 영화들이 서울 주요극장을 차지한다. 흥행대작을 베낀듯한 소재나 주제로 할리우드 독립영화사들이 만들었다. 주연 역시 지명도가 낮은 액션전문배우들이다.
30일에도 SF액션「미믹」과 장 클로드 반담의「리전에어」가 개봉된다. 2월6일에 선보일 레이 리오타 주연의 「피닉스」도 비슷하다. 「미믹」(감독 길레르모 델 토로)은 정체모를 전염병의 매개체인 바퀴벌레를 없애기 위해 수전 박사(미라 소르비노)가 흰개미와 사마귀 유전자합성으로 만든 곤충 「유다」의 공포를 그린다.
6개월 수명에, 생식기능이 없는 곤충은 변종을 거듭해 인간을 닮아가고, 인간을 공격한다. 자연의 섭리를 무시한 현대과학에 대한 경고, 어두운 지하공간을 이용한 공포감의 확대 등이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다.
「리전에어」(감독 피터 맥도날드)는 1920년대 중반 프랑스 용병이야기. 78년 리처드 버튼 주연의 「지옥의 특전대」를 연상시킨다. 마피아의 정부가 된 연인을 구하려다 쫓겨 용병이 된 권투선수 알랑(장 클로드 반담)이 알제리 사막에서 휴머니즘과 전우애를 발휘한다.
출신배경이 다른 인물들의 충돌과 혹독한 훈련과정이 황량한 사막과 어울려 비장한 분위기를 낸다. 액션물을 뛰어 넘으려는 시도는 단순한 구도와 설득력 없는 결말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런 영화들은 극장 흥행에 관심이 적다. 진짜 속셈은 비디오판매에 있다. 서울 주요극장 개봉작은 비디오 판매가격부터 다르다. 미개봉작(1만7,600원)보다 1만원을 더 받는다. 판매량도 1만장 이상 차이가 난다.
극장개봉 비용 5,000만원을 건지고도 남는다. 「깜짝개봉」은 자기극장을 가진 대기업이나, 배급력이 강한 미국직배사일수록 잦다. 삼성이 수입한 「미믹」은 서울서 무려 17개 극장을 잡았다. 삼성이 제작한 한국영화「쉬리」를 설연휴에 붙이기 위해 일부 극장들이 마지못해 상영한다는 후문이다.
/이대현기자
【사진설명】킬리타임용 '미믹'(위)과 '리전에어'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