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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거듭나는 계기로

입력
1999.01.29 00:00
0 0

검찰 거듭나는 계기로

1999/01/28(목) 18:41

현직 고검장이 성명을 통해 검찰 수뇌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반세기가 넘는 검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냐를 떠나서 사법 정의 실현의 보루인 검찰에서 시정 뒷골목에서나 있을법한 일이 일어난 사실 자체가 국민을 착잡하게 한다.

법조비리에 관련된 혐의로 책임추궁을 당하는 사람이 『왜 하필 나냐』고 반발하는 것은 아무래도 동기의 순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의 행동이 도덕적인 지탄을 받고 있지만, 그의 주장중에는 국민의 공감을 사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므로 이번 파동을 단순한 「하극상」 사건으로 넘겨서는 안된다.

심재륜 대구고검장은 이종기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한 사람으로 명단에 들어있고, 떡값조로 100만원을 받았으며, 몇차례 술을 접대받은 사실이 있다고 검찰은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본인은 『이름은 도용당한 것이고, 몇차례 술을 얻어먹은 일은 있으나 「향응」이라고 할만한 정도는 아니었으며, 돈을 받은 일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과 본인의 말이 서로 다르지만 그의 이름이 명단에 있고, 그의 말대로 우연히 술집에서 마주쳐 함께 마신 것이라 해도 술값을 이변호사가 낸 것은 사실인 것같다.

접대부가 있는 룸살롱에서 술을 마신것이 아니고 카페에서 마셨으니 향응이라고 볼 수 없다는 그의 주장도 상식에 어긋난다.

검찰 고위간부가 자신이 다루는 사건의 변호인에게서 술 접대 받은 일을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심각한 사태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차기 검찰총장 인사와 관련한 음모가 있다느니, 파워게임이라느니 하는 주장이다.

차기 총장후보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아온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검찰수뇌부가 이번 사건과 관련시켜 사표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인데, 다소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수긍하기는 어렵다.

또 검찰 수뇌부가 자신들의 치부를 숨긴채 후배검사들만 희생양으로 만들려 한다는 주장도 사건과 관련된 사람이 할말은 아니다.

관련자 전원의 사표를 받으려는 검찰 수뇌부 방침에 반발하는 다른 검사들의 단체행동 조짐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심고검장의 행동을 성원하는 소리가 없지않은 사회 분위기에 유의하고자 한다.

『그간 검찰 수뇌부가 권력의 입맛대로 사건을 처리해 왔으며, 심지어는 요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뜻을 파악해 권력의 시녀가 되기를 자처해 왔다』는 그의 말은 검찰의 치부를 들춰 보여주었다.

더 이상 명예니 권위니 하는 말이 먹혀들 여지마저 없어졌다. 일부 시민단체와 검찰 일각에서 검찰 수뇌부의 물갈이 주장이 나오는 것도 흘려 들을 소리가 아니다.

이번 파동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국민의 검찰로 환골탈태하려면 검찰 수뇌부는 물론, 정권 차원의 단호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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