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론] 공공요금 인상 자제해야
1999/01/28(목) 16:58
이윤배 李潤培 조선대 정보과학대학장
수도권 지하철과 전철요금은 이미 평균 10%정도 인상되었고 전기 수도 국민연금 의료보험료 등 각종 공공요금 역시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이렇게 공공요금이 한꺼번에 인상될 경우, 월수입 200여 만원의 서민가계에서 추가부담해야 할 공공요금 성격의 비용은 연평균 66만원에 이른다.
이같은 공공요금 인상은 곧바로 서민생활과 직결된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쳐 다른 물가를 자극한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물론, 북한 경수로건설 분담금 재원마련을 위해, 그리고 6.25 이래 최대 국난이라는 IMF로 인해 고갈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공공요금의 인상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IMF체제가 시작된 이후 봉급생활자들은 이미 2년째 봉급을 동결당하거나 삭감당한 상태다.
그리고 98년 한 해 동안 보험적용 사업장에서만 매일 340명의 근로자가 정리해고되는 등 1일 평균 1,400명 이상의 근로자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젊음과 정열을 다 바쳐 일한 직장에서 하루 아침에 쫓겨나 실직자로 전락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대책없이 공공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가계를 더욱 압박, 가정경제마저 파탄케 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이라 않을 수없다.
IMF시작과 더불어 천정부지로 치솟은 각종 공산품 가격은 여전히 내릴줄 모르고 있고, 국공채 수익률이 사상 처음 5%대로 떨어지고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도 사상 최저 수준인 7%초반대를 기록하는 등 시장금리의 사상 최저치 행진에도 불구하고 은행 대출금리의 하락속도는 여전히 거북이 걸음이다.
역대 정권에서 늘 그랬듯이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택한 것이 공공요금 인상정책이였다.
그런데, 국민의 정부에서조차 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나 어려움에 대한 배려나 세수증대를 위한 정책개발 노력없이 과거정권의 방법을 답습하고 있으니 그저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중기재정계획을 보면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국민 1인당 조세부담액을 99년 187만원에서 2002년 253만원으로 크게 늘려잡고 있다.
정부는 비과세의 조세감면을 축소하고 음성·탈루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하였으나 고소득자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해서는 경제안정화 추세를 보아가며 실시하겠다고 하니 결국 서민들의 부담만 상대적으로 급격히 늘어나게 됐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가진 자들에게는 IMF는 강 건너 불일 뿐이다. 김포국제공항은 해외여행객으로 다시금 붐비고 골프여행객 역시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설날 연휴기간에 동남아나 남태평양 등 해외 유명관광지의 항공편 예약은 일찌감치 마감되었으며, 국내 유명 관광지의 호텔 콘도 스키장의 예약률도 벌써 100%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외화부족으로 경제위기가 왔고 경제 국치인 IMF체제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가족휴가여행 차원을 넘어 싹쓸이 쇼핑관광과 골프투어 등에 이르기까지 과거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과소비형태의 여행이 다시금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이 가진 자들의 음성·탈루소득을 발본색원하여 세수를 확대하고 고소득자에 대한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조기 실시함으로써 재정적자를 해소하고 서민들의 몫인 공공요금 인상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현재와 같은 IMF체제는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력을 한다 할지라도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 정도 가리라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IMF의 최대 피해자인 서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서민들과 실직가정들은 이미 IMF 고통분담을 누구보다도 더 강도높게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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