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 파동] 진화 했지만 불씨는 남아
1999/01/28(목) 17:27
청와대와 검찰수뇌부가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의 검찰총장 퇴진요구를 항명으로 규정, 면직키로 하고 이날 직무집행정지 결정을 내림으로써 「심재륜 파동」은 표면상 수습국면을 맞고 있다. 수뇌부에 대한 검찰 내부의 불만을 명분으로 한 현직 고검장의 「쿠데타」가 하룻만에 진압된 것이다. 검찰 수뇌부는 심고검장의 행동을 개인비리 방어차원의 돌출행동으로 간주, 사태의 파장이 검찰 조직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수뇌부는 특히 이번 파동후 『대전수임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를 보다 철저히 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선언, 심고검장의 행동을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몰아붙이는 인상을 주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고검장이 수사에 저항할 정도로 내부비리 도려내기에 철저했다는 반증』이라며 『수사결과의 심판자는 심고검장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말했다.
수뇌부의 강경대응은 이번 파동이 자칫 검찰 조직의 와해는 물론 국가통치 기반에 허점이 노출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깔고 있다고 하겠다. 청와대가 이날 심재륜 파동에 불구하고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의 임기 2년을 보장, 검찰 수뇌부 퇴진 요구에 방어벽을 쳐준 것도 검찰 조직의 안정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검찰의 앞날이 청와대나 검찰 수뇌부의 의도대로 진행될 지는 속단할 수 없다. 심고검장의 행동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냐에 관계없이 비리척결에 평생을 걸어온 특수통이 외친 명분 자체는 검찰안팎에서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 간부들이 나서 소장검사들의 불만을 다둑거리고 있는데다 조직을 먼저 생각하는 검찰 생리상 검사들의 집단행동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검찰 수뇌부가 권력의 입맛대로 정치사건을 처리하고 인사가 고위직 줄대기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심고검장의 지적은 검사들의 일반적인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어서 계기만 주어지면 언제든지 다시 터질 수 있는 폭발성을 내재하고 있다.
국민들의 검찰 조직에 대한 엄청난 개혁요구도 변수다. 여론은 한편으로 내부 비리척결을 요구하면서도 그 요구에 깔을 빼든 수뇌부를 불신하는 이중구조를 띠고 있다. 검찰을 바로 세우기위해서는 인사와 제도의 근본적 개혁이 선행돼야 하는데도 현 수뇌부가 미봉책에 안주하고 있다는 시각 때문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다음달 1일 대전 법조비리 수사결과 발표직후 대폭적인 고위직 인사를 통해 이번 사태의 후유증을 조기에 진정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파동을 계기로 지도력에 큰 상처를 입게 된 수뇌부로서는 일선 검사 지휘에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는데다 국민들의 검찰 개혁요구가 거세질 경우 정부에도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수뇌부의 교체요구를 둘러싼 내부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일기자 ksi810@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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