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미국의원의 '외로운 항명'
1999/01/28(목) 17:35
워싱턴 시간으로 27일 오후 1시 미 상원에서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운명을 좌우할 두개의 표결이 있었다. 탄핵재판을 즉시 중지해야 한다는 민주당측 안과 모니카 르윈스키 등 세 명을 증인으로 소환해야 한다는 공화당측 안. 주요 TV가 생중계하는 가운데 먼저 탄핵재판 기각안에 대한 「롤콜」(Roll Call)이 시작됐다. 알파벳 순으로 상원의원들을 한사람씩 호명하면 「Yea(찬성)」 또는 「Nay(반대)」라고 표결하는 형식이다.
민주당 의원은 찬성, 공화당 의원은 반대하는 천편일률의 행진이 이어졌다. 그러다 35번째로 호명된 위스콘신주 출신의 민주당 상원의원 러셀 파인골드의 입에서 『노』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예상을 깬 파격이었지만 장내에는 별다른 동요의 기색이 없었다. 표결이 이어졌다. 결과는 44대 56으로 부결. 45명의 민주당 의원 중 파인골드 한 사람만이 「반란표」를 던진 것이다. 이어 진행된 증인소환의 안건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표결이 끝난 뒤 언론에서만 파인골드의 「항명」에 관해 한마디씩 언급했을뿐 별다른 반향이 없었다. 당론보다는 지역구 여론이나 자신의 소신에 따라 표결하는 것이 미국 정치의 오랜 관행이라지만 이번은 워낙 양당간의 대립이 첨예했던 사안이었다. 관심의 표적이 된 당사자가 오히려 『재판을 중도에 정지하는 것이나 증인을 소환치 않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짧막한 성명을 냈다.
우리 의회 같았으면 대번에 당기위 회부, 당적 박탈 등 험한 소리가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나름대로 양심에 입각한 표결을 했을 것』이라는 게 동료 민주당 의원들의 말이었다. 민주당 지도부도 『우리가 소속 의원들에게 당론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대범한 자세를 보였다.
아무리 정치제도와 관행이 다르더라도 소신에 입각한 「외로운 항명」이 용인되는 사회가 보다 민주적이지 않을까. 【워싱턴=신재민특파원】jmnew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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