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바루망원경 열기
1999/01/27(수) 17:14
묘성(昴星)은 우리 옛 성수도(星宿圖)가 그린 28수(宿)의 18번째 별의 이름이다. 농촌에서는 흔히 「좀생이」라고 불렀고 음력 2월 6일 그 기색을 살펴 한 해의 농사를 점쳤다.
그 일본 이름인 「스바루(昴)」에 지금 일본 열도가 흥분하고 있다. 일본 국립천문대가 하와이 최고봉 마우나케아산(4,200m) 정상 부근에 세운 광학적외선망원경 스바루가 29일 처음으로 빛을 받아 들이는 이른바 「퍼스트 라이트」 행사를 갖는다.
4,000억엔의 예산을 들여 91년부터 건설한 스바루는 구경 8.3m의 단일렌즈 주경(主鏡)을 자랑하는 세계 정상의 광학적외선 망원경. 미 캘리포니아공대의 「케크」는 구경이 10m에 이르지만 여러 조각을 이은 것이어서 선명도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국 기술로 만드는 데 3년, 렌즈를 가는 데 4년이 걸렸다. 열팽창률 1억분의 1의 특수유리 표면을 알루미늄을 증발시켜 도금했다. 두께 20㎝, 무게 24톤의 주경은 온도와 기류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최첨단기술로 제어된다.
이 망원경은 실험과 정밀 보정을 거쳐 내년 4월부터 본격 운용에 들어가 은하생성이나 우주진화론 등의 열쇠를 푸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외계 생물의 존재 가능성과도 직결되는 태양계밖 혹성의 존재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구려 시대에 중국의 성수도(星宿圖)를 한반도에서 본 별자리 모습으로 고쳐 일본에 전할 만큼 우리 조상들의 우주 관심은 높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묘성」이라는 이름조차 귀에 설고 일본 천문학계는 「스바루」 열기로 뜨겁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ankookilbo.co.kr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