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DJP 회동서는 국정 논의를
1999/01/27(수) 17:10
최규식 정치부장
6공때도 권력 1인자와 2인자 사이에 주례보고라는 게 있었다. 노태우(盧泰愚)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 민자당 대표가 1주일에 한번씩 만나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 회동 결과가 매번 제대로 알려진 적이 없었다. YS가 우여곡절끝에 대선후보가 된 후에는 회동내용이 발표되지 않아도 언론들이 『별일이야 있을까』하고 넘어갔지만 후보 확정전에는 두 사람 관계가 뻔히 알려져 있었기에 회동후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짧은 발표가 있어도 갖가지 해석이 나오기는 마찬가지였다. 양측이 제각각의 발표를 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내각제 약속을 파기한 YS를 못미더워 하는 노대통령과 그가 더블 플레이를 한다며 늘상 불만을 가진 YS가 만난 결과니 발표가 있든 없든 여러 추측과 해석이 분분한 것은 당연했다. 오죽하면 같은 만남을 놓고 청와대는 주례보고라고, 상도동은 주례회동이라고 주장했을까.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가 올해 들어 주례 단독회동을 갖고 있다. 주례보고 자리는 지난해에도 있었지만 김대통령 일정에 따라 취소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김중권(金重權) 청와대 비서실장이 배석했던 것이 지금과 달랐다.
주례회동이라고도 하고, 주례독대(獨對)라고도 하는 이 자리가 생긴 것은, 청와대나 총리실이 뭐라고 설명하든 내각제문제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지난 연말 공동정권의 양측간에 내각제 문제는 「DJP 담판」으로 풀어가기로 했으니 두 사람이 자주 만나 교감을 넓혀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런 명칭과 형식의 자리가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인가. 두 사람이서 말을 주고 받고, 상대의 심중을 알았으면 그만이지, 꼭 국민에게 알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인 모양이다.
벌써 네차례 회동이 있었지만 그 내용을 확실히 아는 사람은 없다. 뒷말만 무성할 뿐이다. 회동후 JP의 미소띤 침묵이 낳은 해석만도 여럿이다.
내각제 연기 합의설부터 시작해 총리위상 강화론, 총선 공천지분 합의설 등이 나오더니 JP가 강하게 부정하기에 이른 합당론까지 등장했었다.
그런 사이 자민련의 대전 신년교례회 행사에서는 내각제 찬가가 울려 퍼지고, 이에 맞서 청와대 비서관들이 공개적으로 내각제 연기를 제기했다.
내각제 싸움이 한 차례 기세 올리기끝에 잠복기에 들어갔지만 국민은 어리둥절하다.
대통령과 총리가 매주 만나 하는 일이 무엇인지.
DJP는 매주 왜 만나는가. JP의 표현대로 두 사람의 교감(交感) 정도는 『척하면 삼심척』이라는 데 내각제 문제를 가지고 매주 정치게임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각제 문제의 해결책을 한시 바삐 담판을 통해 내놓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 두 사람이 이심전심으로 의견을 같이 했고, 상대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이제부터는 국민이 『정치 9단들이 선문답을 하는 자리』로 오해하기 쉬운 「주례독대」는 필요없다.
그대신 그 회동은 대통령과 총리가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주례회동이든, 주례보고든 명칭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그 만남의 결과가 발표돼 국민이 알 수 있어야 한다.
지역갈등 문제가 국정운영의 최대 현안이 돼 있다면 그에 대해 논의하고 무엇부터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를 제시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국정운영의 1인자와 2인자가 만났다면 국민에게 안정감을 줘야지 궁금증을 안겨서는 안된다. 국민은 척하면 삼십척을 아는 신통의 경지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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