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3년만에 개인전 갖는 함섭
1999/01/27(수) 17:04
외국 아트페어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리고, 가장 많은 질문을 받는 작가 중의 하나가 함섭(57)씨이다. 사람들은 그의 독특한 색채에 빨려들어 전시장에 들어서고, 그림에 붓질 한 번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는 최근 2년동안 아트페어를 통해 대작 20여 점을 팔았다.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쾰른 아트페어에서는 그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트페어 최고 인기작가로는 단연 함씨를 꼽을만 하다. 네덜란드 독일 미국등 각국 갤러리로 연결된 전시만도 10건이 넘는다. 그의 추상화에는 흔히 외국인들이 「한국적」이라고 생각하는(우리가 보기에는 촌스러운) 한복입은 여자나 태극 문양이 없지만 「재료와 색채, 조형성이 지극히 한국적」이라는 게 외국컬렉터들의 한결같은 평가이다.
얼핏 콜라주처럼 보이는 그림을 그는 「한지화」라고 말한다. 콜라주는 표면에 붙이는 방식이지만 그는 한지로 바른 바탕이 채 마르기 전에 또 한지를 붙여 바탕과 형태의 경계를 없앤다. 색은 쪽(푸른색) 홍화(붉은색) 치자(노란색)에서 얻는다. 최근 가장 즐겨 쓰는 고동색은 도토리나 담뱃잎 우린 물에서 얻는다. 종이는 닥나무껍질을 삶아 만드는데 삶을 때는 반드시 볏집을 태운 잿물을 쓴다. 껍질 100근을 삶으려면 양잿물 3,000원어치면 되지만 그는 볏집 한 트럭 분량을 태운 잿물을 쓴다. 발색과 보존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젖은 상태로 작업을 하는 그는 색이 마른 후 어느 정도의 색깔을 거의 완벽하게 가늠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기까지 종이 연구에 쏟아부은 기간은 30년이 넘었다.
66년 홍익대를 졸업하고 90년까지 배문고 서문여고등에서 교사생활을 하면서 그는 한지만 연구했다. 고서와 외서를 가리지 않고 읽었고 한지장인들로부터 기법을 배웠다. 「유화 아크릴화를 우리 체질의 그림으로 만들기는 어렵다」는 생각에서였다. 그의 그림이 전통성을 벗어나 지금의 국제적 조형감각을 가진 작업으로 귀착된 것은 90년대 중반부터. 『공기가 많으면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그의 작업은 한지종주국인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제 외국에서의 성공을 업고, 3년만에 마련하는 개인전. 「자, 내 그림 한 번 봐라」하는 오기도 생길법 하다. 그래서일까. 그는 종이로 만든 장구를 내놓아 2월2일 오프닝에서는 박동욱(타악기주자)씨에게 연주를 맡긴다. 대금주자까지 나오는 전시의 제목은 그래서 「한지그림, 북 대금과의 만남_함섭 작품전」이다. 고향 강원 춘천에서의 땅의 풍경, 샤머니즘적 분위기를 추상으로 표현한 함씨는 「데이 드림(한낮의 꿈)」 연작 40점을 내놓는다. 2월11일까지 박영덕화랑 (02)544_8481. 박은주기자 jup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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