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공간] 선정신 담은 아파트 거실
1999/01/27(수) 18:58
- 김개천 이도건축대표
건축가 김개천(41)씨는 「선(禪)건축」을 지향한다. 그에 따르면 「있는 듯하면서 없고 없는 듯하면서 있는 건축」이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불교적 색채가 강한 건축철학이다.
최근 일산의 한 아파트거실도 그렇게 설계됐다. 아무런 특징이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거실 옆방의 벽을 헐고 거실로 흡수, 운치있으면서도 쓸모있게 만들었다. 요즘 아파트가 구조변경을 쉽게 하기 위해 방 1개와 거실 사이에 내력벽을 두지않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넓어진 거실은 서재로 꾸미고 바닥에는 앉은뱅이책상을 두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실바닥과 벽지의 문양이 특이하다. 거실바닥은 나무결을 이용해 우물정(井)자 문양을 그렸고 벽지는 전통한지를 네 부분으로 잘라 여러 번 겹쳐발랐다. 역시 井자 형태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베란다로 통하는 창문에는 고문서 무늬의 천으로 발을 만들어 걸었다.
김씨는 지난해 신촌의 한 카페에도 특이한 장식을 설치했다. 입구 쪽에 둥근 형태로 블라인드를 만들어 놓은 것. 간단한 아이디어이지만 내부공간에 대한 신비감을 자아내고 공간을 더욱 넓어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가 만든 건축공간은 실내에 변변한 장식물도 두지 않는다는 게 특징. 아파트 거실의 경우에도 벽만 텄을 뿐 있는 것을 없애지 않는다. 가능하면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쓰레기를 만들기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동국대 선학과 철학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씨는 『어떤 건축방향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의 정서를 담으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최진환기자 choi@hankookilbo.co.kr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