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대란] 수뇌부와 일선 검사 현격한 시각차 비롯
1999/01/27(수) 23:38
일사불란한 검사 동일체 원칙이 조직을 움직이는 강령처럼 살아있는 검찰이 심각한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대검 수뇌부의 사표요구에 반발, 수뇌부와의 동반 퇴진을 요구한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의 성명배포사건은 파장을 섣불리 예측키 어렵다. 수뇌부의 퇴진을 포함한 거센 돌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재륜 파동」은 표면적으로 볼 때 이종기(李宗基)변호사 수임비리사건의 대처방식에 대한 수뇌부와 일선 검사들의 현격한 시각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법조비리에 대한 비등하는 여론을 잠재우고 검찰조직 전체를 살리기 위해서는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수뇌부의 입장과 여론을 앞세워 마녀사냥식으로 검사들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일선의 불만이 평행선을 달려오다 충돌한 결과로 해석된다.
검찰 수뇌부는 이변호사 사건에 연루된 검사들의 사법처리는 피하되 강력한 인사조치로 여론을 정면 돌파한다는 원칙하에 전례없는 고강도의 내부사정을 펼쳐왔다. 검찰은 『이번 수사결과를 지켜보면 우리가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사건수임경위 금품수수 향응여부등 전방위수사를 해왔다.
그러나 명절 떡값, 전별금, 수사비 명목의 금품수수와 술자리등 재조와 재야법조인 사이의 「보편적인 관행」을 새삼스럽게 문제삼으며 처벌대상을 골라야 하는 이번 수사의 속성상 형평성 시비는 잠재돼 왔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수사가 이변호사의 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있어 『누구는 비껴가고 누구는 유탄을 맞았다』는 식의 불만이 고조돼왔다.
하지만 이같은 수사상 갈등만으로 초유의 「항명」사태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조직생리상 봉합되고 있었지만 내부에서 꿈틀거리고 있던 수뇌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잇단 사표제출 요구를 계기로 분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심고검장이 지적했듯 정치적 사건이 터질 때마다 「권력의 시녀」라는 비난을 받아 온 검찰의 업보가 이번 수뇌부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박상천(朴相千)법무부장관에게 『직을 걸고 법조비리를 척결하라』고 지시한 후 수사가 초강경으로 치달으면서 『검찰 수뇌부가 도를 넘어 「속죄양」을 만들려고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검찰 수뇌부가 자신들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검사들을 희생하고 있다』는 심고검장의 지적은 이같은 일선의 분위기를 대변한 것이기도 하다.
아뭏든 이번 파동을 계기로 검찰 수뇌부에 대한 인책론이 전면에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극도로 악화한 검찰의 내분을 수습, 검찰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내부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않으면 안되게 됐기 때문이다.
김승일기자 ksi8101@hanko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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