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Life] 눈덮인 마이산엔 3가지 X파일이…
1999/01/27(수) 19:01
돌탑인가 눈탑인가. 아무리 거센 폭풍에도 흔들릴망정 무너지지 않는다는 전북 진안 마이산 탑사(塔寺)가 요즘 하얀 눈옷으로 갈아입었다. 말의 귀를 닮은 마이산(馬耳山)에는 신비의 탑 외에도 놀라운 세계가 숨어 있다.
탑사는 암마이봉(673m)과 숫마이봉(667m)남쪽 옴푹 패인 곳에 있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앞뒤에 세워진 탑은 80여기. 이 탑들 대부분은 80여년전 이 곳에 정착한 이갑용(1860~1957)처사가 10여년에 걸쳐 쌓았다고 전해진다.
가장 높고 아름다운 게 대웅전 뒷쪽에 있는 두 개의 천지탑. 축조자가 분명치 않은 이 탑은 높이 13m의 원뿔형태로 두 탑이 하단부에서 하나의 몸체를 형성하는 특이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어린이 머리크기 만한 돌을 아래에 깔고 작은 돌을 쌓아올린 선이 날렵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있다.
초봄 암마이봉 암벽에서 수시로 눈과 얼음이 탑으로 떨어지지만 끄떡없다고 한다. 유홍준 영남대교수가 『국내 최고의 설치미술작품』이라고 극찬을 할 만하다.
거대한 두 봉우리가 솟은 특이지형 때문일까. 탑사주변에는 기이한 자연현상이 많다. 고드름이 거꾸로 자라는가 하면 산 군데군데 패인 얕은 굴 주변에서는 하루 수십차례씩 「타닥 타다닥」하는 굉음이 들리기도 한다. 거꾸로 자라는 고드름은 숫마이봉 남쪽 기슭에 있는 은수사(銀水寺)의 자랑거리.
주지스님(황혜수·58)을 찾아가 고드름얘기를 꺼내니 냉장고에 보관해온 고드름 2개를 가져온다. 양철그릇에 담겨진 고드름은 1~2㎝의 직경에 20㎝의 길이로 비스듬히 솟아있다. 79년 주지로 부임한 후 4년 동안 겨울만 되면 잠을 설치며 지켜봤다는 스님은 관찰결과를 조리있게 설명한다.
『물이 얼면서 빙침(氷針)이 교직(交織)형태로 생기는데 빙침 하나가 꺾어지면서 솟아 올라와요. 그러면 고드름 속에 뚫린 가느다란 구멍으로 물이 공급되면서 점차 길어집니다. 요즘에도 절 주위 샘과 제단 등에 50여개의 정한수를 떠놓으면 6~8개 정도에서 이런 고드름이 생겨요』
마이산탑사의 특이한 자연현상에 대해서는 94년 동국대 마이산탑사조사단(단장 문명대교수)이, 10여년전에는 이병호 과기원명예교수(원자력공학)가 조사에 나섰지만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다.
산 속에서 들리는 굉음은 양쪽 봉우리 사이로 지나는 바람이 회오리로 변해 얕은 굴 속 공기와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라는 사실만 밝혀냈을 뿐이다. 임수진 진안군수는 『마이산주변에 2001년까지 300억원을 투자해 신비한 자연현상, 암벽등반코스등을 연계한 관광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안=최진환기자 choi@hankookilbo.co.kr
【사진설명】 눈덮인 탑사. 맨 뒤쪽 우뚝 솟은 두탑이 천지탑이다. /진안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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