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클린턴에 "순결경시하는 사람 믿지마라"
1999/01/28(목) 00:36
세계의 정신적 지도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정치적 지도자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26일 미국의 세인트루이스 공항 귀빈실에서 만났다.
섹스 스캔들로 도덕적 상처를 입은 클린턴과 교황간의 「성속(聖俗)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세계의 이목과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멕시코 방문을 마치고 미국에 온 교황에게 클린턴은 교황의 모국인 폴란드어로 『우리에게 영적인 가르침을 내려주신 데 감사합니다. 백수를 누리십시오』라고 인사했다. 교황은 느린 어조로『100세라구요? 미국인은 빈자들에게 좀 더 마음을 여십시오』라고 답했다.
교황과 클린턴의 네번째 만남이자 섹스 스캔들 후 첫 만남인 이날 20분간의 회담에선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교황은 『미국은 21세기 세계에 영향을 줄 새로운 시련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운을 뗀 뒤 미국의 「죽임의 문화」를 통렬히 비난했다.
교황은 이라크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무력공격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갈등과 긴장만을 고조시키므로 중단되어야 하며, 안락사, 낙태, 사형제도를 과감히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쿠바의 고립을 조성해선 안된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멕시코 방문에서도 미국식 자본주의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분쟁의 무력해결 방식을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이라크가 국제적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는 등 원칙론만을 밝혔다. 양측의 대변인은 두사람이 섹스 스캔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황은 가족의 가치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26,27일 카이엘센터와 트랜스월드 돔에서 각각 가진 「젊은이와의 만남」과 미사에서 『거짓말하도록 하거나 책임을 피하도록 하고 순결은 낡은 시대의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의 말을 듣지말라』고 말해 클린턴을 겨냥한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또 『세인트 루이스에서 빅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 두 젊은이가 홈런기록을 깨기위해 노력했듯 여러분도 사랑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주십시오』라는 말로 미국 방문을 마쳤다. /배국남기자 knba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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