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고검장 "검찰수뇌부 퇴진하라"
1999/01/27(수) 21:13
심재륜 대구고검장 "검찰총장.대검차장등 사퇴" 성명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이 27일 이종기(李宗基)변호사 수임비리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뇌부의 사표제출 요구에 반발,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과 이원성(李源性)대검차장 등 수뇌부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현직 고검장이 검찰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검찰사상 처음인데다 법조비리에 대한 여론의 비난과 해당검사들의 반발이 혼재된 상황에서 일어나 검찰 안팎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심고검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 기자실에서 「국민앞에 사죄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 『대전 법조비리 사건의 근본 원인은 검찰이 일련의 정치적 사건을 일관성없고 자의적으로 처리, 국민들에게 분노와 허탈감을 안겨준데 있다』며 『검찰총수 및 수뇌부는 후배 검사들의 사표를 받기전에 무조건 먼저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고검장은 이어 『대전 수임비리사건 수사는 이변호사의 일방적 진술에 의해 옥석을 가리지 않고 판검사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마녀사냥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검찰을 정치권력의 시녀로 만든 수뇌부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무수한 희생양을 양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고검장은 『대전지검 근무때 허름한 술집에서 후배 검사들과 술을 마시는 자리에 우연히 이종기 변호사가 찾아와 잠시 술을 몇 잔 한 기억이 있으나 이변호사에게서 향응이나 금품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사건 수사지휘자인 이대검차장은『심고검장은 사건 소개과정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고 금품과 향응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그는)이번 사건이 터지자 부하 검사에게 이변호사를 특별면담케 해 「(이 변호사가)입을 열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게 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차장은 또 『심고검장이 대전지검장으로 있던 94년 9월부터 1년동안은 이변호사가 가장 수임활동을 활발히 했던 시기』라며 『검찰이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해 뼈를 깎는 각오로 법조비리 척결을 위해 내부비리를 도려내고 있는 마당에 이번 사건의 책임이 분명한 당사자가 당시 다른 곳에서 근무했던 현재의 수뇌부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대검은 이날 이번 사건과 관련 검사장 1명과 부장검사급 4명 등 모두 5,6명에게서 사표를 받았으며 다른 검사장 2명을 상대로 사표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금품을 받은 혐의가 있는 검사들의 해명이 이변호사의 진술과 다른 경우 대질신문을 위해 이 날 오후 대전교도소에 수감중인 이변호사를 이 날 서울구치소로 이감했다.
/김승일기자 ksi8101@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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