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금지협약] 세계는 지금 부패와 전쟁중
1999/01/27(수) 17:32
세계는 지금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다음달 15일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정한 뇌물금지협약(반부패라운드)이 발효되면 손쉬운 통관을 위해 급행료를 지불하거나 수출계약을 따기 위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내는 행위 등은 형사처벌 되기 때문이다. OECD 29개 회원국과 5개 비회원국이 가입한 뇌물금지협약은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 12개국이 비준했다.
석유화학기업 쉘은 자체적으로 만든 윤리규약에 따라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하는 계획을 최근 마련했다. 개인적으로 뇌물을 받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이다.
생필품 생산업체인 유니레버사는 부패가 극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 불가리아에 투자계획을 세웠다 엄청난 뇌물요구에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는 결단을 내렸다. 또 유럽의회는 다국적기업이 개도국과의 무역에 지켜야 할 자체적인 규율안을 제정했고 영국은 중소기업의 수출을 위한 지침안을 만들었다.
다국적 기업이나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개도국을 개척하기 위한 관행으로 여겨졌던 뇌물수수가 사실은 실익이 없다는 계산에 근거한다. 알바니아의 경우 기업들은 거래액의 평균 8%를 뇌물로 상납해야 하는데 이는 이윤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다.
독일의 한 기업이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30억달러를 뇌물계정으로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통계도 나왔다. 특히 국제 무기거래에서 연간 이윤의 10분의 1인 25억달러가 뇌물로 둔갑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검은 돈의 대부분은 정치인에게로 흘러 들어가 최근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스위스은행 비밀계좌에 보관하고 있는 현금이 2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또 뇌물수수에 따른 불공정한 게임이 자유교역 관계를 크게 해친다는 기업과 정부간 합의와 깨끗한 기업 이미지만이 최선의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화한 것도 부패전쟁의 한 요인이다.
국제기구도 부패방지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아프리카의 부패국으로 지목된 케냐와 나이지리아에 자금제공을 거부했다. 나이지리아는 전 아바차 정권이 세계11위의 석유 생산국이면서 대통령 사익을 위해 석유를 수입하는 방법으로 축재하다 결국 경제를 망친 국가다.
인도네시아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세계은행은 지난해 원조금의 20∼30%가 공무원과 정치인 개인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는 것을 확인하고 구제금융 프로젝트 전반에 관한 실사를 벌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뇌물금지협약 하나가 세계적으로 만연한 부패를 근절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공정한 법의 심판과 정보의 공개, 관공서의 획기적인 감축 등 사회인프라의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정곤기자 kimjk@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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