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과 뒤] 영남살리기
1999/01/26(화) 16:43
이계성/정치부차장
96년말 기준으로 영남의 지역내총생산(GRP)은 112조원이고 호남은 33조8,000억원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영남이 28.7%, 호남이 8.7%. 영남이 호남의 3.3배다.
이런 규모를 감안할 때 영남경제를 죽이고 호남경제만 살려서는 나라의 경제를 회생시킬 수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경제회생에 정치적 성패가 걸려 있는 DJ정부가 바보들의 집단이 아닌한 영남지역 경제를 죽이거나 홀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편중개발과 지역차별의 시비는 있었지만 근대화과정에서 영남의 역할은 지대했다. 임진왜란을 치르면서 이순신장군은 『호남이 없었다면 이 나라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지만 영남이 없었다면 세계가 부러워했던 우리의 경제성장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남지역은 60_70년대의 경제구조에 안주, 새로운 시대의 경제조류에 맞게 첨단화 정보화로 자기변신을 하는데 실패했다.
지금 그것이 누구의 책임이냐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을지도 모르나 1차적으로는 30년 정권을 담당했던 이 지역출신의 정치리더들에게 있다고 본다.
이 지역출신의 소수그룹만 정실인사와 정경유착속에 근대화로 얻어진 과실을 향유했을 뿐이지 영남지역경제가 어떻게 변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은 제시하지 못했다.
대구의 섬유산업을, 부산의 신발산업을 사양산업쯤으로 치부해버리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첨단산업으로 탈바꿈시킬 통찰은 없었다.
YS정부시절에 부산·경남지역에는 삼성자동차의 신규투자와 아세안게임 및 항만관련 SOC투자 등으로 상대적으로 자금공급이 많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런 과잉유동성이 지역 경제구조의 선진화에 기여하기 보다는 오히려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한계기업을 양산하는 부정적 효과를 창출했다.
IMF환란전후해 거품이 걷히면서 이 지역의 고통이 더욱 심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벼낱가리에 불을 질러 튀밥 주어먹듯 그 고통스런 민심에 불을 질러 작은 정치적 이익을 챙길 때가 아니다.
여와 야, 그리고 지역민들도 무엇이 진정으로 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인지를 심사숙고 해야한다. 영남의 경제가 살지못하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없다. wks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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