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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 구체화] "이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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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 구체화] "이젠 때가 왔다"

입력
1999.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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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 구체화] "이젠 때가 왔다"

1999/01/26(화) 18:19

정계개편의 그림이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막연하게 관념에 머물던 정계개편이 정치권의 물밑에서 추진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여권 고위인사와 야당의 비주류 중진이 만나고, 야당 비주류 중진끼리 회동해 정계개편을 테마로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동안 정계개편의 당위론만을 되뇌이던 여권 핵심부도 극한적인 여야대립, 새로운 지역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이 오자 『이제 때가 왔다』고 마음을 다잡는 분위기다.

현재 현실성있게 진행중인 정계개편은 새로운 정파의 출현이다. 여권 핵심부는 당초 한나라당의 비주류와 통합하는 방식을 추진했었다. 특히 지역대화합,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을 위해 한나라당 TK세력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었었다. 또한 한나라당의 중부권 대표주자인 한 중진과의 연대도 고려했다.

이런 통합이 성취되면, 자연스럽게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통합을 매듭짓는다는 게 여권의 복안이었다. 거꾸로 먼저 공동여당의 통합을 이룬 뒤 그 여세로 한나라당 의원들을 끌어들이자는 시나리오도 강구됐다. 야당 일부 세력과의 통합, 공동여당 합당이 여권 핵심부가 구상중인 정계개편의 두 축인 것이다.

그러나 상황변경이 생겼다. 우선 공동여당 합당론은 JP와 자민련의 불편한 반응으로 일단 유보됐다. 청와대 이강래(李康來)정무수석의 말대로 합당처럼 큰 정치행위는 사전조율, 분위기조성이 필요한데 아직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차원에서 한나라당 비주류 중진도 『더이상 야당이 영남감정에 기대는 정치를 해서는 안되며 일단 구태정치에서 벗어나겠다』면서도 『하지만 지역정서상 여당과의 합당은 곤란하다』고 사인을 보내왔다. 모든 현안에서 여당과 격투를 벌이는 지금과는 달리 국난극복을 위한 협조는 하되 국정운영의 오류는 질책하는 시시비비의 야당을 만들겠다는 것이 이 중진의 메시지였다. 이 중진은 구체적으로 『2월 중순 이후 한나라당 비주류가 집단 탈당, 20~25명의 교섭단체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여권 핵심부도 야당 일부세력과의 통합추진을 일단 접어두고 새로운 야당출현을 전제로 한 정계재편을 구상하고 있다. 만약 2여2야의 4당체제가 형성되면, 여권 핵심부는 여야대립을 벗어난 유연한 정치, 지역화합의 발전적 정치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자세다. 그 이후 상황의 추이를 보며 또다른 제2의 대통합을 모색하겠다는 게 여권의 유력한 시나리오로 굳어져 있다.

이와관련,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5일 국민회의 김상현(金相賢)의원을 면담한 자리에서 「제1야당 파트너론」, 「전직대통령 예우론」을 밝힌 대목도 시시하는 바가 크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김현철(金賢哲)씨 사면론을 언급하는 것도 동일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이른바 대야(對野)햇볕론을 구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향후 정치권 변동이 지역화합,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추진될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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