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눈] 증인 '방패' 뚫지 못한 위원들 '창'
1999/01/25(월) 18:25
국회 IMF 환란조사특위의 증인·참고인 신문 첫날인 25일 첫 증인으로 채택된 이경식(李經植)전한은총재의 답변태도는 대단히 적극적이었다. 이전총재는 『시간을 더 달라』 『한마디만 더 하겠다』 『1분만 이야기하게 해 달라』며 수시로 추가답변 기회를 요청했다. 그는 또 장황하다 싶을 정도의 설명형 답변도 자주 했다. 『환란초래 당시 한은총재로서 책임을 통감하느냐』는 추궁에는 『통감한다』고 선선히 시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그는 『대통령의 경제참모중 한명으로 보좌를 잘못한 데 대해선 할말이 없지만, 외환위기를 한은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했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위기상황에 대한 보고 주체는 (당시) 재경원이므로 한은으로선 권한을 넘어서는 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뜻이었다. 듣기에 따라선 『한은으로선 할만큼 했다. 더이상 어떡하란 말이냐』란 항변성 뉘앙스까지 담겨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은총재의 고유책무 부분에 이르면 『그렇게 말하면 할말이 없다』 『죄송하다』며 몸을 낮추었다.
이총재의 이중적 답변태도는 대단히 계산적이었고, 그런만큼 무책임했다. 환율과 외환보유고 관리총책을 맡고 있는 중앙은행 총재로서 그의 1차 책무는 위기상황 감지 및 경고, 그에 대한 대처방안 제시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외환의 주무부서는 어디까지나 재경원』이라며 『양측이 협의하다 안되면 재경원에 따른다』고 교묘히 책임을 떠넘겼다.
이전총재의 적극성은 경제청문회의 근본취지인 「환란위기 원인규명 및 교훈을 통한 재발방지」를 위한 도움주기가 아니라, 면피를 위한 공격적 방어에 불과했다. 이전총재의 방패를 제대로 뚫지못한 특위위원들의 요령부득한 창(槍)은 앞으로 청문회가 어떻게 진행될 지를 맛뵈기 삼아 보여주었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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