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비리 수사 주시한다
1999/01/25(월) 18:33
대전 이종기변호사 사건수임 비리사건 수사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다. 당사자인 이변호사가 구속된지 3주일이 넘고, 그에게서 돈을 받고 사건을 소개해준 일반직 직원 6명이 구속된지도 한참 지났는데 현역 판검사 관련 수사는 지지부진하니 말이다.
검찰은 검사장급 2,3명과 부장판사급을 포함한 판검사 10여명이 이변호사에게서 떡값과 전별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100만원에서 많게는 700만원을 받은 사람도 있다는데, 검찰은 직무와 관련한 대가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 26일부터 비공개로 재조사할 것이라고 한다.
검찰은 수사 브리핑 때마다 직무관련성을 밝히기 힘들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고위직 몇명은 사표를 받고 나머지는 자체 징계로 끝내겠다는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
만일 그렇게 결말이 난다면 수습은 커녕 격앙된 여론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이다.
몇백만원의 알선료를 받고 구속된 일반직 공무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차치하고, 이번에도 관련 판검사를 기소하지 않는다면 검찰이 법조계의 떡값 전별금 관행과 청탁성 향응을 공식 인정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의정부 이순호변호사사건을 어물어물 넘어갔기 때문에 일어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 검찰은 20명이 넘는 판검사들이 사건수임과 관련된 혐의를 잡고도 판사 5명과 검사 2명의 자체징계로 사건처리를 매듭지었다.
이런 미온적인 처리는 법조인들에게 스스로 몸가짐을 삼가게 하는 자계(自戒)의 해이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다 받는 것이니 괜찮겠지, 재수 없어 걸리면 옷벗고 나가 변호사 개업하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판검사는 누구보다 높은 도덕적 청렴성이 요구되지만, 옷벗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안전판 때문에 부패의 유혹에 약해질 위험도 있다.
의정부사건 때 관련자 전원을 엄중히 처리했다면 법조인 사회에 큰 경종이 되었을 것이다.
이번에 또 「대가성」을 따지는 것은 관련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영향력을 가진 사람에게 돈을 주는 행위에 청탁의 뜻이 없다고 믿을 사람은 없다.
몇십만원씩이라도 여러번 받아 몇백만원이 됐다면 포괄적인 뇌물로 볼 수 있고, 상습성까지도 문제를 삼아야 한다.
공직자는 다 마찬가지지만 특히 판검사는 돈과 관련해서 털끝만큼도 의심을 사서는 안된다. 사건처리의 공정성을 의심받는 결정적인 단서가 금전이기 때문이다.
대가성이 없다고 돈받은 판검사들을 기소조차 하지 않는다면 사법정의 실현 의지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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