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새 문화탄생의 조건
1999/01/25(월) 18:56
김상태 이화여대교수 국문학
좋은 스타일만을 스타일이라고 하듯이 좋은 문화만이 우리는 문화라고 할 수있다. 가령 식인문화나 순장(殉葬)따위는 문화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폐습일 뿐이다. 폐습을 자체적으로 변혁하거나 폐지하는 수도 있지만 대체로 다른 문화의 영향에 의해 그렇게 되는 수가 많다.
그 때문에 문화의 교류가 필요하다. 이질문화를 처음 대할 때 저항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기 문화가 갖고있지 않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면 받아들이는 것이 문화의 발전이라고 할 수있다.
따라서 문화의 정체성과 혼미에는 구별하기 어려운 혼미가 있다. 자기문화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하여 다른 문화를 맹목적으로 불신하고 배척할 수도 있고, 다른 문화를 잘 수용하여 자기 문화를 아름답게 꽃피울 수도 있다.
헬레니즘 문화와 헤브라이즘 문화를 잘 수용하여 근대 서구문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후자의 예라고 할 수있다.
문화라고 하면 흔히 일상의 생활과는 좀 다른 미술 음악 무용 건축등 예술로 생각한다. 그러나 예술은 일상의 생활에서 정화된 아름다운 결정체일 뿐이다.
따라서 문화란 어떤 집단의 생활방식 목표 이념들을 포함하고 있다. 생활을 지배하는 것 중에 가장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것이 종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종교는 문화를 지배한다.
종교는 그 성질상 다른 종교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다른 종교에 격렬한 투쟁을 선언하는 종교가 있는가 하면, 어느 정도 용납성을 가지고 있는 종교가 있다.
유일신을 믿는 종교들이 대개 전자에 속한다. 그러나 불교처럼 범신적 요소가 강하면 다른 종교에 대하여 다소 포용적이다.
유일신과 유일신이 부딪칠 때는 많은 피를 부르게 된다. 이슬람문화와 기독교문호가 수많은 인명을 희생하면서 갈등을 일으킨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 들어 한국의 종교지도자들이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자주 자리를 같이 하는 것은 한국문화를 위하여 큰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좋다. 종교가 다른 지도자끼리 모였다는 그 자체만으로 우리의 앞날은 밝다. 조화와 화해를 지닌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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