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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Focus] 조기영어교육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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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Focus] 조기영어교육 이대로 좋은가

입력
1999.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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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Focus] 조기영어교육 이대로 좋은가

1999/01/24(일) 19:22

『학교에서 하는 영어수업은 너무 쉬워요. 담임선생님이 비디오도 보여주고 카세트 테이프도 들려주시니까 재미는 있는데 내용이 시시해요. 친구들 대부분이 학교 끝난 뒤 영어학원에 다니는데 , 학교 영어수업은 완전 초보수준이거든요』(서울 강남지역 초등학교 4학년 S군)

『조기 영어교육이 시행된후 5~6세때부터 영어과외를 시키는 가정이 많습니다. 초등 1학년짜리 첫애의 경우 1주일에 한번씩 방문지도, 2차례씩 전화 영어지도를 받습니다. 한달 과외비는 6만5,000원이지요. 둘째아이는 유치원에서 매일 총 5교시중 2교시(외국인, 한국인 각 1교시)씩 영어수업을 받습니다』(서울 광장동 주부 K씨)

초등학교 영어교육이 시행된지 이제 만 2년. 10여년간 찬반논쟁을 거친 끝에 지난 97년 초등 3학년부터 도입된 조기 영어교육은 올해부터 3~5학년으로 확대시행되고 2000년에는 1,2학년을 제외한 모든 초등학생들이 영어수업을 받게된다.

그러나 조기 영어교육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영어학습에 흥미를 가지고 적극 참여하고 있고, 듣기 말하기 영역에서 목표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응은 다르다.

우선 초등 영어교육은 효과면에서는 미미한 반면 사교육시장 팽창 등 부작용이 매우 크다는게 학부모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물론 학교 영어교육이 쉽고 듣기-말하기 위주이며, 게임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에게 영어에 대한 흥미를 심어준다는데는 별로 이견이 없다.

그러나 영어교육학을 전공한 전담교사를 확보하지 못한 초등학교가 아직도 많고 수업내용이 학생들의 수준을 밑도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바른 영어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교사의 질적 양적 부재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1일 현재 서울시내 초등학교 3학년 3,285개 학급중 영어전담교사가 확보된 학급은 738개에 그쳤고 4학년은 3,249학급중 856학급에 그쳤다. 대부분 비전공 교사들은 방학을 이용, 120~360시간의 단기 연수를 거친후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결국 학교 영어수업에 만족을 못하는 학부모들은 현지 발음을 가르치기 위해 외국인 영어과외를 시키거나 월 6만~15만원씩 들여 보습학원을 보내며 부족한 학교교육을 보충하고 있다.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초등학생 대상의 영어교재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채 난립하고 방문 학습지가 우후죽순처럼 등장, 중고생을 능가하는 과외열풍이 초등학교주변에 몰아치고 있다.

초등 3학년생을 둔 주부 M씨(39)는 『외국인에게 시간당 3만원씩 주1회 과외를 받다 요즘엔 주 5일 인근 보습학원(월 10만원)에 보내고 있다』며 『학원에서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현지인 발음 등을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 영어교육은 3학년부터 시행되지만 과외 열풍은 초등 1,2학년생, 유치원생들로 확산되고 있다. 5세된 딸을 둔 주부 Y씨(31)는 『딸이 6세가 되는 내년에는 영어유치원(월 50~70만원)에 보낼 생각』이라며 『영어 유치원은 일반 유치원보다 2배정도 비싸지만 학습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 영어교육이 실시되면 부실화로 이어지고 부실한 공교육은 필연적으로 사교육시장의 팽창을 초래한다.

경희대 한학성교수(영어교육과)는 『현재와 같은 영어교육환경에서 교육시기만 앞당기는 것은 아무 도움도 안된다』며 『누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대안제시 없는 조기교육은 오히려 사교육시장 팽창 등 부작용만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학교 교사들 가운데는 수업시간에 아예 『너희들 학원에서 다 배우지』라며 대충 대충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교육이 사교육의 보조 기능으로 전락한, 현재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가장 문제가 조기 영어교육에서도 어김없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학부형 K씨(38)는 『수학의 경우 으레 학생들이 학원에서 다 배워오는 줄 짐작하고 진도를 나가는 선생님들이 대부분인데 영어는 더욱 심한 것 같다』며 『도대체 미리 아이들이 다 알고 있다고 전제한뒤 수업을 하는 교육이 어디 있느냐』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밖에도 상당수 전문가들은 초등 영어교육은 10세 전후의 어린이에게 필요한 창의적인 국어교육을 등한시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기영어교육을 실시하려면 한국어의 읽기 쓰기 말하기 등의 교육을 더욱 철저하게 시켜야 하는데 그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강구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초등 영어교육이 부정적인 효과만 가져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농어촌 지방 등 자녀에게 과외를 시킬 수 없는 많은 학부모들은 초등 영어교육을 반기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시행한지 2년이 지난 초등 영어교육이 기대이상이라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심리적 생리적 언어발달 측면에서 외국어 학습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시작해야 효과적이라는 학설을 펴고 있다.

그러나 조기교육만으로 우리 영어교육이 지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에는 전문가들사이에도 별로 이견이 없다.

수업을 받는 학생수의 과다, 가르치는 영어교사의 자질 부족, 입시 위주의 교육체제, 교재개발의 한계 등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교육대상자의 연령만 낮춘다고 효율적인 교육이 이뤄지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남대희기자dhna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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