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읽는 정치] JP "독대내용 잘못 짚었소"
1999/01/24(일) 18:50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가 배석자없이 처음 만난 5일의 「독대(獨對)」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지금도 퍼즐게임이 한창이다.
『DJ가 JP에게 합당을 제의했으나, JP는 즉답을 피한채 고민중이다』 『DJ가 JP에게 각료선택권을 비롯한 실질적 내각통할권을, JP는 내각제공론화의 연기를 각각 약속했다』는 등 뒷말도 여전히 무성하다. 독대의 시간은 불과 15분이었지만, 정치권이 추측하고 예단하는 대화내용은 책 한권을 쓰고 남을 정도다.
이처럼 온갖 얘기가 난무하자 김총리가 마침내 「15분 독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총리는 22일 K대 언론대학원 회장단과의 신년교례 만찬에서 몇 순배 반주가 돌자 『대통령과의 독대를 놓고 이러쿵 저러쿵 하지만 다 틀렸다』고 툭 던졌다.
이어 그는 『독대 이후 내 표정이 밝아 뭔가 깊은 논의가 있었다는 말이 나오더라』면서 『기분좋은 일이 있기는 있었다』고 말했다.
김총리는 『대통령이 간곡한 어조로 「총리…, 우리가 협력해서 이 정권을 이룬 것 잊지않습니다」고 말씀하셨다』며 「기분좋은 일」을 설명했다.
김총리는 『대통령이 「앞으로도 손잡고 나라를 잘 이끌어 갑시다」고 말씀하시는데 동의 외에는 달리 할 말이 뭐가 있겠느냐』면서 『이를 두고 「JP 침묵의 의미」라는 식의 해설까지 나오더라』고 말했다. 김총리는 또 『주변에서 이 말, 저 말 하지만 나는 대통령을 좋아한다』고 묘한 말도 흘렸다.
김총리는 그러나 합당론에 대해서는 『외국나갔다 들어오는 친구들이 있는 모양인데, 그 친구들이 떠드는 쓸데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합당론을 주창하는 자민련 박철언(朴哲彦)의원 등과 일부 국민회의 중진들을 겨냥한 말처럼 들렸다.
김총리의 말대로라면 5일의 DJP독대에 대한 해석들은 상당히 과장됐다는 얘기가 된다. 청와대 이강래(李康來)정무수석도 합당설이 확산될 때 『정치에는 분위기가 필요한 법』이라며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김대통령이나 김총리가 민감한 현안을 놓고서 「척하면 삼십척」식의 선문답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두 사람은 상대의 바람이나 기대를 읽으면서 고난도 정치게임을 펴고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내각제나 합당 등 주요 현안의 최종 방향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결론을 그리고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짧은 만남 동안 두 정치9단이 마음으로 나눈 대화는 참으로 깊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이영성기자 leey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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