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나도 사장님] "동네 벗어나니 돈이 보여요"
1999/01/24(일) 17:52
「주문만 하면 갓 찧은 쌀을 어디든 즉시 배달해 드립니다」
광역 쌀배달 체인점인 신일양곡유통의 한상동(42)사장은 지역 쌀배달점으로 시작해 창업 7개월만에 12개 체인점을 거느린 사업가로 변신했다. 기존 쌀집들이 동네사람들을 상대로 장사해 매출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 반해 광역 배달체인점은 여러개 동(洞)이나 구(區)에 걸쳐 배달서비스를 실시,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한사장이 쌀배달업에 뛰어든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직후인 지난해 12월. 영업이사로 일하던 중소기업이 갑작스런 한파로 문을 닫으면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한사장은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밥 안먹고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쌀배달을 결심했다. 『점포보증금과 전단지 비용 등 600여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동네 쌀가게는 고객이 적어 돈벌이에 한계가 있으므로 넓은 지역에서 소비자를 직접 찾아 나섰습니다』
한씨는 매일 새벽4시에 일어나 서울 은평구와 서대문구 일대 주택가와 음식점들을 돌며 홍보전단을 뿌렸다. 하루 3,000장 이상의 전단을 돌리자 40~50군데에서 주문전화가 걸려왔다. 홍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밥맛. 친구가 운영하는 양곡회사에서 시작해 전국산지의 농협과 정미소를 돌아다녔다. 산지 정미소에서 매일 찧어낸 신선한 쌀을 아침마다 실어와 가정에 배달했다.
배달한 집에는 다음날 반드시 『밥맛이 어땠느냐』고 확인전화를 걸었다. 한번 잡은 고객은 컴퓨터에 입력, 철저히 관리했다. 하루평균 80~90포대(20㎏기준)를 배달하며 고생한 덕분에 월1,000만원 가량의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한사장은 배달망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체인점을 늘리고 「용왕님쌀」이라는 독자브랜드도 도입했다. 한사장은 『트럭과 쌀구입비, 점포보증금, 전단비용을 합쳐 1,000여만원이면 창업할 수 있지만 상당한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전국적인 물류망 구축을 통해 쌀배달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라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배성규기자 vega@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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