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중간평가] '정책질의'보다 '재탕부풀리기'
1999/01/24(일) 18:57
환란관련 기관들의 보고청취로 1주일을 보낸 국회 경제청문회가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소속 대부분 특위위원들은 『평년작 이상』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환란 및 경제위기의 원인 규명을 위한 정책적 접근보다는 한건주의식 폭로나 근거없는 막연한 주장이 주류를 이뤘고 이미 밝혀진 사실이 재탕되는가 하면 유도성·윽박지르기용 질의가 줄을 이었다는 부정적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은 의원들의 자질. 청문회가 수차례의 무산위기를 겪으면서 담당 의원들이 여러차례 교체되는 등 어쩔 수 없는 사정도 인정되지만 대체로 경제관련 수업이 미흡한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제관료 출신 의원과 체계적으로 준비한 일부 의원은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나머지 대부분의 의원들은 기관장들의 보고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전문용어를 사용한 기관장에게 『쉽게 다시 설명하라』고 주문하는 의원도 있었다.
이미 밝혀진 사실을 재차 거론하면서 마치 「큰 건」인양 목소리를 높이고 구체적 근거가 희박한 폭로성 질의를 제기한 의원들에게도 비판이 쏟아졌다.
『준비는 제대로 하지 않은채 「청문회 스타」만을 꿈꾼 의원들의 과욕이 빚은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직동팀」파문이 대표적인 예. 97년 대선이전 당시 김대중(金大中)후보의 비자금 추적작업을 벌여온 「사직동팀」의 실체가 금감원 관계자에 의해 드러나자 의원들은 크게 흥분하며 집중 추궁했다. 하지만 이는 검찰이 지난해 DJ비자금 수사를 끝내면서 발표했던 사항들이었다.
자민련 이건개(李健介)의원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92년 대선당시 기부자의 80%가량은 직접 상대하며 113개업체로부터 5억~800억원을 받았다』라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물증이 없어 신빙성이 떨어졌다.
국민회의 김영환(金榮煥)의원도 『한보그룹이 7,332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했다』고 폭로했지만 안건 회계법인의 실사를 통해 알려진 사실인데다 회계장부상 사용처가 불분명한 자금이긴 해도 정말 비자금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단순한 설(說)만 갖고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윽박지르기 질의 행태도 방청석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YS와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과의 회동에서 삼성자동차 진출이 확정됐다는데 아는 바 있느냐』 『김현철(金賢哲)씨가 정책결정과정서 압력을 행사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내 주장을 인정하느냐』는 등의 질의가 많았다.
이와함께 같은 내용을 갖고 각도와 표현만 달리한 중복질의도 꼬리를 물었다. 답변자들이 이에대해 『의원님들의 질의가 같은 취지이므로 함께 답변하겠다』고 말한 것은 당연했다. /염영남기자 ynyeo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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