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앞과 뒤] 제자리걸음 청문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앞과 뒤] 제자리걸음 청문회

입력
1999.01.25 00:00
0 0

[앞과 뒤] 제자리걸음 청문회

1999/01/24(일) 17:37

또 「한보」가 튀어 나왔다. 이번 국회 IMF환란조사특위 청문회에서다. 이 이름은 결코 혼자 다니는 법이 없다. 「비자금」, 또는 「비리」란 어미와 결합돼야 비로소 어감상으로도 자연스러워진다.

사실 한보문제는 기아자동차와 함께 환란의 중요한 단초로 지목돼왔던 터라 청문회에서 논란의 초점이 된 것 자체가 시비대상은 아니다. 문제는 판에 박은 듯한 반복이다. 95년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 97년 봄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 국회 한보특위 청문회때와 공방의 내용이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7,332억원 비자금조성』 주장 하나만해도 이미 2년전 청문회와 검찰 수사때 충분히 제기됐던 것이다. 한보철강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노무비를 과다 계상했다는 등의 조성수법도 그렇고, 이 돈이 대부분 구(舊)여권에 정치자금으로 흘러갔다는 의혹제기도 새삼스럽지 않다. 다만 액수가 그 당시 7,732억원으로 오히려 400억원이 더많았던 부분이 차이라면 차이일 뿐이다. 심지어 『입증할만한 증거를 갖고있다』는 호언까지 빼닮았다.

요컨대 한보문제로 여러차례 온 나라가 뒤집어졌어도 정작 핵심적인 사실규명 측면에서는 그동안 한치의 진전도 없었던 것이다. 이튿날 청문회의 중심 화두가 된 92년 대선자금의혹 따위도 마찬가지다. 흘러간 옛노래가 매양 「버전」만 좀 바뀐채 흘러나오는 격이다.

하기야 딱 부러지게 밝혀지지않은 사건이 어디 이런 것들 뿐이랴. 우리 현대사의 숱한 사건들 태반이 여전히 「진상규명」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청문회 진행양상으로 보아 이번에 제기됐던 다른 온갖 의혹들도 분명한 결론없이 잠복했다가 이 다음 또 무슨 계기에선가 부활할 것이다.

어쩌면 환란의 진짜 원인은 아무것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그래서 앞선 사실(fact)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이런 풍토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청문회를 보면 수없이 반복수업을 해도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않는 교실에 앉아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이준희 사회부차장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