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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진단] 대구는 한국의 밀라노가 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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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진단] 대구는 한국의 밀라노가 될 수 있나

입력
1999.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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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진단] 대구는 한국의 밀라노가 될 수 있나

1999/01/22(금) 17:37

대구를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같은 세계적 패션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밀라노프로젝트」는 실현 가능한가. 99년~2003년 5년간 6,800억원을 투입, 대구 섬유단지를 디자인과 마케팅까지 아우르는 종합패션센터로 개편하려는 계획에 대해 첫 해부터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지역정서 달래기가 목적인 정책특혜」라는 비판과 논란이 일고 있다.

패션평론가 김묘환(패션홍보회사 네오F.G. 대표)씨는 『OEM방식으로 섬유를 수출해 온 대구가 패션산업 전체를 끌어안겠다는 발상은 문화적 축적과 높은 소비수준을 요구하는 패션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도시의 문화적 산업적 특성도 밀라노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대구가 공업도시라면 밀라노는 전통적인 상업도시. 계명대 패션학부 김문영교수는 『밀라노에는 공장이 없다. 꼬모 프라도등 주변도시들이 직물 의류를 생산하면 밀라노는 상품을 외국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대구시가 지난 해부터 공무원들을 파견, 밀라노를 연구하는 이유는 5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조지 알마니, 베르사체, 가바나등 세계 유명브랜드의 거점으로 발돋움한 비결을 배우려는 것. 그러나 밀라노의 마랑고니패션스쿨 출신인 디자이너 장명숙씨는 『밀라노는 중세이래 유럽문화를 꽃피운 문화도시다. 세계인들이 몰리는 것은 고급부티크 때문만은 아니다. 도시 전체가 디자이너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예산낭비로 우려되는 것이 예산의 26%인 1,770억원이 투입될 어패럴 밸리의 조성. 전국의 의류업체를 유치, 명실상부한 의류생산단지로 만든다는 것이지만 디자이너나 의류업체가 얼마나 몰릴지 의문이다. 이 계획은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타당성을 검토중이다.

대구가 밀라노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위기감 때문이었다. 국내 합성섬유의 80%를 생산하고 섬유수출규모로 세계 4위인 대구는 생산기지로서의 위치는 확고하다. 이 지역 제조업의 40%, 수출의 76%를 차지할 만큼 섬유산업은 지역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그러나 고급소재나 디자인개발력이 낮고 중국 동남아 저가상품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대구시 섬유공업과 조주현과장은 『의류생산 마케팅까지 포함해 고부가가치화해야 할 필요성에서 프로젝트구상이 나왔다』고 말한다. 프로젝트는 문희갑시장이 95년 초대 민선시장으로 출마하면서 공약으로 내걸었고 김대중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 해 3월 경제장관회의에서 제기, 9월 산업자원부 사업으로 결정됐다.

전문가들은 『필요한 것은 직물 자체를 고부가가치화할 수 있는 신소재 개발 염색기술의 발전이지 패션도시로의 변신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조상호부장은 『패션중심지인 서울, 모방생산지 부산, 견의 진주, 니트류의 익산등 특성화한 다른 지역과의 균형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선기자 ds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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