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통왕] "40년 나홀로경영 반성"
1999/01/21(목) 17:08
- 나카우치 다이에이그룹회장 퇴임
『40년동안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해 온 「톱다운」 방식을 반성한다』
일본의 「유통왕」 나카우치 이사오(中內功·76) 다이에이그룹 회장. 20일 겸직해 온 사장에서 물러나면서 「나홀로 경영」에 대한 자성으로 퇴임사를 대신했다.
고베(神戶) 암시장에서 장사를 시작, 57년 오사카(大阪) 변두리에 「주부의 가게 다이에이」를 연 이래 40여년. 철저한 염가 전략으로 유통혁명을 일으키고 연간 매출액 5조엔의 대그룹을 일으켜 세운 인물이다.
나루야마 사부로(城山三郞)의 베스트셀러 소설 「가격파괴」의 주인공이자, 전자제품 가격파괴를 놓고 64년 시작한 마쓰시타(松下)전기와의 「30년 전쟁」을 94년 승리로 마감하는 등 숱한 화제를 뿌렸다.
당연히 그룹내에서의 카리스마는 절대적이었다. 그런 그가 『부문별 책임자조차도 말을 꺼내기 어렵고 내 말이 바로 결론이 된다』며 『내가 하지 않으면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게 돼 버렸다』고 자업자득을 한탄했다. 『앞으로는 전원 참가의 경영을 실현하고 싶다』는 희망도 덧붙였다.
그의 경영일선 은퇴는 경영위기가 재촉했다. 거품경제 붕괴 후 다이에이그룹은 매출 신장이 둔화했고 저돌적인 점포 확장이 부담으로 되돌아 왔다. 후발 주자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난해 2월 결산에서 258억엔이라는 상장 이래 최초의 경상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영난이 표면화했다.
위기를 맞아 나카우치회장이 후임 사장으로 택한 것은 장남 준(潤)부사장이 아니라 도바 다다스(鳥羽董)부사장. 아지노모토(味ノ素) 사장 출신으로 그나마 그룹내에서 유일하게 바른말을 해 온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경영인으로서도 부족함이 없는 아들을 제쳐 놓은 데 대한 그의 대답은 짤막했다. 『이재는 가업을 물려주는 그런 시대가 아니고 그건 본인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치열한 유통전쟁을 헤쳐 나온 백전노장도 시대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었던 것일까. 『시대는 이미 지금까지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며 『세상의 변화를 사원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맺음말의 여운이 길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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