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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 명퇴] 격무에 박봉... 명예마저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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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 명퇴] 격무에 박봉... 명예마저 떨어져

입력
1999.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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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 명퇴] 격무에 박봉... 명예마저 떨어져

1999/01/21(목) 17:21

이종기(李宗基)변호사 수임비리사건으로 법조계의 청렴성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20년 이상 근무한 판사들이 잇달아 명예퇴직을 신청하거나 사표를 제출해 서초동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 판사들이 이처럼 무더기 명퇴·사직하고 있지만 2월 말 제대 예정이었던 군법무관이 올 해부터 4월 말 제대하고 예비판사제의 시행으로 판사 충원이 없게 돼 가중된 업무부담이 재판부실로 이어질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대법원은 무더기 사직을 방지하기 위해 3월 정기인사까지 평판사의 사직원 제출을 모두 보류할 방침이다.

21일까지 확인된 명예퇴직자는 모두 4명. 그러나 사건당사자의 불신을 우려, 명퇴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는 부장판사까지 포함하면 5~6명에 이른다. 지난 해 전반기 명퇴자가 3명에 불과한 데 비하면 배이상 증가한 숫자다. 부장판사 뿐 아니라 배석 및 단독판사 수 십명도 사직원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져 법원주변에서는 퇴직판사수가 100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3월 대란설」마저 떠돌고 있다.

이달 초 명예퇴직을 신청한 C부장판사는 『사람은 떠날 때를 알아야 한다』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더 있다가는 도둑놈이라는 소리까지 들을 것 같다』며 법조계가 범죄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씁쓸한 심경을 내비쳤다. 역시 명퇴를 신청한 K부장판사는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일로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며 『판사월급으로 생활하기도 힘든데 주변에 도움을 주어야 할 일까지 생겨 퇴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같은 법원 J부장판사와 서울행정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이제 할만큼 했다』며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이처럼 법관들의 명퇴와 사직이 늘고 있는 것은 판사들이 사건수의 급증으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잇따른 법조비리사건으로 판사들의 자긍심이 추락했기 때문. 한 판사는 『매일 야근을 하는데다 경제적 보상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판사라는 명예심만으로 버티라는 것은 무리』라며 『의정부에 이어 대전 법조비리사건으로 예전처럼 판사들을 보는 눈이 곱지 않은 현실이 법관들의 사직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박일근기자 ikpark@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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