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음악] 세계 팝시장 '검은 돌풍'
1999/01/21(목) 18:26
미국의 빌보드지가 매년초 선정하는 「빌보드 위너」. 올해는 이 분야 13회 수상이라는 기록의 만능 가수 머라이어 캐리를 필두로, R&B와 랩등 12개분야중 흑인음악이 5개를 휩쓸었다. 또 현재 차트 1위 브랜디를 비롯, R. 켈리등 도 흑인음악이다. 검은 바람은 곳곳에서 체감된다.
상영중인 화제의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Prince Of Egypt)」는 흑인음악의 풍성한 세계를 맛 볼 기회이기도 하다. 클래식 선율을 일절 배제한 「이집트 왕자2」도 잇달아 출반됐다.
아카펠라(a capella:무반주 합창), 폴세토(falsetto:가성 창법), 매기고 받기(call and response), 소울, R&B등 흑인음악 특유의 양식들과 강한 비트로 원곡들을 재해석한다.
검은 흐름에 재즈가 빠질 수 없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팝과 재즈로 흑인음악을 증언해 온 양대 음반사의 자축연이 겹치는 해. 흑인 팝의 대명사 모타운(Motwon) 레코드사의 창립 40주년과 재즈 음반의 대명사 블루 노트(Blue Note)사 창립 60주년이 맞물린 것.
모타운이 뜨려 일세를 풍미했던 추억의 히트팝을 블루노트 소속 재즈맨이 재즈로 해석한다. 맹인 가수 스티비 원더가 재즈의 거장 듀크 엘링턴에게 헌정했던 「Sir Duke」가 재즈로 돌아왔다.
마빈 게이의 반전(反戰)팝 「What's Goin' On?」도 재즈 5중주로 바뀌었다. 또 재즈의 거장 스탠리 터랜틴(65·색소폰)이 모처럼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더했다(앨범 「블루 노트, 모타운에 경의를 표하며(Blue Note Salutes Motwon)」).
작년에 데뷔한 검은 디바 에밀리아도 있다. 데뷔작 발매 11일만에 플래티넘을 기록한 에밀리아는 스웨덴 출신이지만, 데뷔 앨범 「Big Big World」는 흑인 음악의 보고나 다름없다. 흑인 여성 그룹의 모범 슈프림스를 능가하는 소울곡 「Maybe Baby」에 그 곡의 재즈 버젼까지 담았다.
에밀리아는 재즈 뮤지션인 아버지로부터 어릴 적부터 재즈의 세레를 받은 데다 클래식 교육까지 마친 재원이다. 3월말 내한 계획도 있다.
최근 흑인 음악은 장르 접합이라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더욱 다양한 색채를 보이고 있다.
자넷 잭슨, 보이즈 투 멘등 쟁쟁한 흑인 팝 스타들의 대거 참여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How Stella Got Her Groove Back」의 사운드트랙은 레게, 재즈등으로 대표되는 흑인 음악의 독립선언이나 다름없다.
스티비 원더의 히트곡 「Masterblaster」가 강렬한 힙합으로 되살아 난다. 또 가수 알 켈리의 힙합이 가득한 더블 앨범 「R.」중 「The Opera」에는 현역 바리톤까지 가세한다.
흑인 팝 르네상스는 사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굵은 흐름으로 다가왔다. 당시까지만 해도 여성 가수에 국한됐다. 빼어난 가창력의 모니카를 비롯, 4인조 여성 보컬 그룹 올 세인츠와 엔 타이스등이 검은 바람을 예고했다.
흑인 음악 르네상스는 팝, 록, 올터너티브, 메탈, 트립 합등 80년대 후반 이래 백가쟁명식으로 전개됐던 백인음악쪽의 자기 쇄신이 최근 들어 시들해진 데서 비롯된, 상대적 우세로 풀이된다. /장병욱기자 aj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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