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사정없는 미삼진아웃법] 비타민1병 절도로 징역25년
1999/01/21(목) 17:44
슈퍼마켓에서 비타민 한 병을 훔친 대가가 징역 25년? 소설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주인공 장발장의 얘기가 아니다. 날로 늘어나는 범죄에 대해 더욱더 가혹한 형벌을 내리고 있는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미 캘리포니아주에 살고 있는 마이클 리그스라는 「홈리스」는 95년 슈퍼마켓의 진열장에 놓인 비타민 한 병을 훔치다 주인에게 붙잡혔다. 초범이었더라면 벌금이나 기껏해야 징역 6월 정도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삼진아웃법(Three Strikes Law)」을 시행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10여차례의 절도 전과를 가진 그에게 주법원은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94년 이 법을 통과시킨 캘리포니아주는 상습범죄자를 가중처벌하는 대표적인 지역. 미 전역에서 27개 주가 유사한 법을 갖고 있지만 캘리포니아주는 같은 죄목으로 세번째 기소돼 유죄가 인정되면 중형을 선고토록 돼 있다.
가뜩이나 이 법을 둘러싼 인권논쟁이 있던 터여서 리그스는 기나긴 법정투쟁을 시작했다. 잔인하고 과도한 형벌을 금지하고 있는 미 수정헌법 8조를 들어 위헌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주 항소법원은 그의 범죄를 「굶주림에서 비롯된 경미한 절도행위」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법적용에는 예외가 없다』고 등을 돌렸다. 주 대법원도 그의 상고를 기각했고 그가 마지막으로 찾은 연방대법원도 20일 『이 법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기각했다.
/워싱턴=신재민특파원 jmnew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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